비염·요실금·치질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임신·출산을 겪은 일부 산모는 후유증을 경험한다. 관절통과 근육통, 우울증, 산후풍이 대표적이다. 이전엔 전혀 없던 증상이 새로 생겨나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비염
비염은 코 내부 조직의 염증으로 코막힘, 재채기, 콧물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근데 임신과 출산 후 갑자기 재채기하고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임산부들이 있다.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오관영 교수는 “임신 중엔 호르몬 변화로 코점막이 약해지면서 비염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임신 후기엔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증가하면서 코안의 혈관을 팽창시켜 코가 막히는 증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임신 중 생긴 비염은 알레르기 비염이나 감염에 의한 축농증과는 다르게 아무런 원인 없이 코막힘·콧물 같은 증상이 6주 이상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출산 2주 이내에 이런 증상은 사라지는데, 출산 후 겪는 스트레스와 피로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증상이 이어지기도 한다. 건조한 공기는 비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가정에서 습도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마침 신생아에게도 온습도 조절이 필수인 만큼 가습기를 활용해 습도를 60% 안팎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생리식염수로 하루 2~3번 코를 세척하면 코막힘이 완화할 수 있다. 다만 코 세척 후 증상이 악화하거나 이상 반응이 나타날 땐 즉시 중단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다.
◆요실금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변이 새는 병이다. 특히 임산부의 약 30%는 출산 후 요실금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산부는 분만 과정에서 골반이 벌어지고 자궁경부와 질을 포함한 회음 근육이 늘어날 수 있다. 이때 자궁 위의 방광을 지지하는 인대나 요도 괄약근에 손상이 생기면서 요실금이 발생한다. 출산 후 요실금은 복압성이 대부분이다. 일상생활 중에 ▶크게 웃거나 ▶재채기를 하거나 ▶줄넘기 같은 운동을 하거나 ▶빠른 걸음을 걸을 때 소변이 조금씩 새는 식이다.
요실금은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주진 않지만,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영향이 미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적극적으로 치료하기엔 부끄러운 질환이라고 생각해 증상이 있더라도 병원 방문을 망설이곤 한다. 오 교수는 “여성 비뇨기 질환은 산부인과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므로 출산 후 요실금이 심해졌다면 산후 검진 겸 산부인과에 왔을 때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날씨가 추워지면 땀과 호흡으로 빠져나가는 수분량이 줄면서 요실금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니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치질
치질은 항문에 발생하는 혈관의 염증이나 조직이 부풀어 오르면서 나타나는 증상을 통칭한다. 임신 중엔 호르몬 변화와 태아 체중 때문에 장과 골반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항문 혈관이 쉽게 확장돼 치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분만 중 과도한 압력은 항문 혈관에 부담을 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보통 출산 후 서서히 회복하지만, 그 과정에서 변비나 배변 습관의 변화로 치질 증상이 악화하기 쉽다.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치질이 자주 재발하기도 한다.
출산 후 치질은 대부분 좌욕을 하면 완화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좋아진다. 그 사이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증이 심할 땐 진통제를 먹거나 환부에 바르는 약을 처방받아 사용하면 도움된다. 하지만 분만 후 6주가 지났는데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거나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라면 외과 전문의를 찾아 치료 여부를 상담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