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잃고 있는 미국의 소프트파워

2025-04-03

한국과 미국 모두 국내 정치적으로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 현대사에 전례 없는 파괴적인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특별고문이 ‘빨리 가려면 파괴하라’라는 실리콘 밸리의 모토를 추구하며 기존 제도·정책·규범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공격하자 의회·법원·언론과 국민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트럼프의 행보가 법적·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CRINK(중국·러시아·이란·북한)’ 국가들이 미국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충격과 공포’ 같은 국정 운영 방식이 미국의 힘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전략가들은 우려한다.

트럼프, 제도·정책·규범 파괴

예산 중단해 주요 조직·기관 타격

중국·러시아 입지만 키워주는 셈

대규모 정부 예산 삭감 흐름 와중에도 미국 의회는 군 예산을 증액했다. 국방부는 유럽에 주둔하는 군보다 아시아에 주둔하는 해군과 공군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하드파워가 증대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미국의 경제·외교와 소프트파워는 힘을 잃고 있다. 머스크는 정책에는 무지하지만, 알고리즘에는 강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재무부에 파견해 모든 정부 부처와 비영리단체 예산을 중단시켰다.

실제로 개혁이나 규모 축소가 필요했던 극히 일부 조직을 제외하면 많은 경우 갑자기 예산이 중단되면서 큰 타격을 봤다. 여기에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 미국민주주의기금(NED), 자유아시아방송(RFA), 교육부의 국제교육기금 등과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다. 더 많은 기관과 조직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을 만든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 상황을 ‘미국 소프트파워의 종말’이라 명명했다. 보수적 성향의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자유아시아방송은 살려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으며, 미국 의회는 민주주의기금 예산을 다시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기관은 직원을 해고해야 했고, 앞으로 많은 기관이 사라질 것이다. 정부효율부는 중국·러시아가 허위정보와 부패, 그리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기금을 이용해 아시아에서 입지를 강화하도록 길을 열어 줄 수도 있다.

트럼프의 갈팡질팡 관세 정책도 미국의 동맹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캐나다·일본을 위시한 미국의 동맹국들은 트럼프의 강압적인 관세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다. 미국 경제가 2월에 침체기에 접어든 큰 이유도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관세 정책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경제력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미국 월가는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소식에 기뻐했다. 미국인들은 경제에 투표했고, 미국의 소프트파워 회복을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경제 회복을 기대했다. 그러나 관세 정책 등 트럼프의 정책이 물가 인상을 촉발하면서 미 국내 여론이 좋지 않다.

19세기 오토 폰 비스마르크 독일제국 초대 총리는 미국을 유약한 이웃 국가와 넘치는 자원으로 신의 축복을 받은 ‘특별한 섭리’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해 자유를 위해 싸운 미국이 단지 운이 좋아 지금의 위치에 섰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중국은 강력한 전략 경쟁국이다. 내부적 모순으로 가득한 트럼프 2기 정부의 국가안보 라인이 이견 없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지점은 아시아의 미래를 규정짓는 미·중 전략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전략 경쟁에서 필수적인 개발과 민주주의 분야의 주요 도구를 제거하고 있는 머스크의 정부효율부는 예외겠지만 말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효율적인 전략 경쟁에 필요한 자원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정치 특성상 여론조사에서 인기 없는 머스크는 자리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얼마 전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표한 동맹 중심의 정책이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대적 생각이나 관세 정책을 바꿀 수 있을지도 봐야 한다. 이 모든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잠재적 부담 요인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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