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보면 답 안 나와…‘경험의 복리’ 쌓으세요”

2025-01-06

‘B주류경제학’ 이재용 회계사

MZ세대에게 권하는 투자 정석

희망의 부재로 인한 과도한 집착

소비도 투자도 ‘극단적인 성향’

수익 극대화보다 손실 회피 먼저

망해본 경험은 돈보다 값진 자산

투자는 신중하되 과감한 도전을

월급을 평생 모아도 내 집 하나 사기 힘든 시대, 그래서 기성세대 따라 ‘영끌·빚투’를 했더니 인생이 저당 잡힌다. ‘가난’ 아니면 ‘폭망’이 기다리는 미래를 생각하기보단 ‘지금’을 즐긴다. 청년세대의 단상이다.

‘욜로’(YOLO), ‘n포’로 대변되는 청년세대에게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선 누구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다. 지난달 17일 이재용 회계사에게도 이걸 물었다. 그는 “돈만 보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은 맞다”면서도 “그러니 돈 대신 다른 것을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회계사는 최근 책 (밀리의 서재)을 냈다. 그가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에서 맡은 동명의 코너 콘텐츠들을 정제했다. 국내 유수의 회계법인에서 일하던 그는 9년차인 2019년 법인을 뛰쳐나왔다. 지금은 스타트업 컨설팅을 주업으로 삼는다.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선 ‘언더스탠딩’ 코너에 출연한다. 재무제표와 회계 기준을 통해 기업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고, 산업 트렌드의 변화도 읽어낸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건 MZ세대의 트렌드다. 그와 협업하는 토스 역시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금융 플랫폼이다.

그는 절망이 청년들의 ‘극단적인 성향’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모든 걸 포기하는 n포 세대이면서도, 소비와 투자는 과감하다 못해 무모할 정도죠. ‘희망의 부재’가 현재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는 ‘현재’마저도 파괴할 수 있다고 했다. “저출생과 e커머스의 시대에 부동산 투자는 더는 답이 아닙니다. 성장률 정체, 기업 펀더멘털 약화 등으로 주식시장 역시 외부 요인에 극도로 취약해져 있어요. ‘트럼프 당선’ ‘양자 컴퓨터 등장’ 같은 돌발 변수로 가격이 급등락하는 코인에 대한 투자는 엄밀히 말하면 도박입니다. 도박판에선 1명이 돈을 따고 99명이 돈을 잃죠.”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변동성이 낮은 종목 위주로 구성돼 있어요. ‘위험 회피’를 1순위로 둔 거죠. 58년간 평균 수익률이 20%에 달합니다. ‘수익 극대화’가 아닌 ‘손실 회피’가 ‘투자의 정석’이에요. 특히 지금 같은 시대에는요.”

그는 ‘공부하고,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고, 복기하는 4단계’를 반복하길 권했다. “‘돈 버는 것’이 아닌 ‘시장을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해요. ‘빚투’는 가급적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초기 투자를 늘리기 위해 빚을 내더라도 ‘1~2년 안에 변제 가능한 수준’을 넘으면 안 됩니다.”

그는 “이젠 돈 대신 다른 것을 봐야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했다. “금, 달러, 코인, 부동산 등은 가치를 창출하지 않습니다. 즉 부가가치가 아닌 거품에 투자를 하는 거죠. 거품은 결국 꺼집니다. 고도성장기를 벗어난 한국에선 이젠 거품조차 잘 끼지 않을 거예요.”

이젠 ‘가치’를 통해서만 큰 수익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도 좋고, 내가 의미를 두는 ‘가치’도 좋아요.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해야 해요. 페이스북이 ‘초연결성’의 가치를 발견해 대박을 낸 것처럼요. 쿠팡의 ‘로켓배송’도 아마존이 발견한 ‘구매의 편의성’이란 가치를 따라 한 거예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망해본 경험’이 돈보다 중요한 자산이에요.”

그는 ‘n포’와 ‘욜로’의 끝은 뻔하다고 했다. “사회안전망이나 노동시장 유연성이 담보되는 곳에서나 가능한 삶의 방식이에요. 한국은 그렇지 않죠. 지금도 노인빈곤율이 높은데, 저출생으로 노령화 속도마저 세계 최고 수준이죠. 국가의 복지 재정이 여러분의 노후를 책임질 순 없을 거예요.”

그는 ‘복리의 마법’을 믿어볼 것을 권했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한 저축은 ‘종잣돈’을 만들어줍니다. ‘복리의 마법’ 때문이죠. 이는 투자나 창업의 기반이 되고 실패의 경험을 쌓는 밑천이 됩니다. 급변하는 시대는 기존 방식을 무용지물로 만들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어내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힘은 ‘경험의 복리’에서 나옵니다.”

그는 ‘손쉬운 창업’이 가능한 여건, 재기를 돕는 지원망, 대기업 등이 아이디어를 강탈해가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 등을 기성세대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이 청년층에 인기가 없는 건 낮은 급여 때문이라잖아요. 그들에게 돈은 중요한 가치예요. 기성세대가 그렇게 가르쳤거든요. ‘돈으로만 보면 답이 없는 상황’에 대한 절망감이 클 수밖에 없죠. 청년들에게 돈 대신 다른 걸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투자엔 과감하지만 도전엔 신중한’ 청년이 아닌 ‘투자엔 신중하지만 도전엔 과감한’ 청년들을 키워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