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와 임단협의 유사점과 차이점

2025-03-02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의 프로 스포츠 구단과 선수들은 비시즌에 연봉 협상을 진행한다. 이를 몇년 전 화제의 드라마 제목과 같은 스토브리그(Stove League)라 칭한다.

스토브리그는 단순히 번역하면 ‘난로 리그’인데, 경기가 진행되는 정규 시즌이 끝나고 비시즌인 겨울에 난로 앞에 모여 앉아 옹기종기 야구를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에서 파생된 말이다. 당연히 연봉 협상의 기준은 성적이 우선이다.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만들어낸 성과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데, 단체 스포츠 성격 상 팀 성적도 반영된다.

기업과 노조의 임단협은 스토브리그와 다르지만 닮은 구석이 많다. 개인 성적은 인사고과를 통해 반영되고, 사업 실적이 임단협에 반영되기 때문에 일부나마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협상이란 틀은 같지만 실력 행사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노조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파업 등의 실력 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1953년 창립 이후 가장 극단적인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해를 넘겨 단체교섭 중인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이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가 부분 및 일시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지속하자 사측은 방어 차원에서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일부 라인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법에 따르면 적법한 직장폐쇄를 할 경우 폐쇄 기간 임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폐쇄 범위는 노조가 부분파업 중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2냉연공장 PL/TCM 라인이다.

가뜩이나 국내외 철강 시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현대제철 주요 제품군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 냉연공장을 폐쇄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195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노조의 ‘게릴라 파업’에 ‘부분 직장폐쇄’로 맞대응한 것인데, 오죽했으면 회사가 이런 결단을 했을까라는 생각이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22차례 임단협 협상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냉연공장은 올해만 네 차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

잠정 폐쇄된 PL/TCM은 냉연강판의 소재인 열연강판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후공정인 냉연강판 생산 라인으로 보내기 위한 사전 압연을 하는 설비다. 이 설비가 멈추면 당연히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등 후속공정 제품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성명을 통해 “현대차 그룹사 초유의 직장폐쇄”라며 “현대제철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이 노동법 상 합법적이기에 기업의 직장폐쇄 또한 합법적 대응이다. 이를 ‘선전포고’라고 한다면 파업을 선포한 노조가 먼저 전쟁을 벌인 것과 다름 없다.

현재 노조는 높은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번 임단협이 2023년 실적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요구가 정당하고 다른 그룹 계열사 실적과 비교해서도 타당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철강사지만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은 현대차 외에서 나오고 있고, 불행하게도 자동차 외 업황은 최악 수준이라 고통 분담이 필요한 시기기도 하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지난해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한 바 있고, 연간으로는 별도재무 기준으로 47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사측의 성과급 제안이 반영된다면 약 650억 원의 당기순손실로 전환되고, 노조의 요구 수준을 수용하면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앞서 얘기한 스토브리그에서는 성적에 따라 연봉 삭감, 나아가 방출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과 노조의 임단협은 다르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살고, 지역 경제도 살 수 있다. 이미 지난해 포항2공장 폐쇄 이슈도 겪어보지 않았던가. 최악의 경영환경이 우려되는 현 상황과 미래 성장을 위해 노사가 서로를 이해하며 양보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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