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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수퍼팀’이었다. 프로농구 부산 KCC가 우승은커녕 ‘봄 농구’도 언감생심이다.
KCC는 지난 2일 2024~25시즌 정규리그에서 서울 SK에 77-85로 졌다. 구단 최다 연패 타이인 10연패를 기록했다. 12경기가 남은 가운데 8위 KCC(15승 27패)는 6강 플레이오프(PO)행 마지노선인 6위 원주 DB와 격차가 4.5경기 차로 벌어졌다. 디펜딩 챔피언이 10개 팀 중 6개 팀이 초대받는 PO 무대에도 오르지 못할 위기다.
사실 KCC는 개막 전까지도 ‘수퍼팀’으로 불렸다. 라건아가 떠났지만, 최준용(31)·송교창(29)·허웅(32)·이승현(33) 등 정규리그 및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출신 스타플레이어가 4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보수(연봉+인센티브)는 5억~6억원인데, 모두 리그 전체에서 열 손가락에 꼽는 고액 연봉자다. 그 바람에 KCC는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29억원)을 30% 초과해 일종의 벌금인 기금까지 냈다. 여기에 2018년 DB를 정규리그 1위를 이끈 외국인 MVP 디온테 버튼(미국)까지 가세했으니 우승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외국인 선수 타일러 데이비스가 개막하기도 전에 퇴출당하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발바닥 부상으로 출발이 늦었던 최준용은 최근 무릎을 다쳤다. 팀이 치른 42경기의 절반도 안 되는 17경기에 출전했다. ‘2m 장신 포워드’ 송교창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손가락과 무릎 등 부상이 끊이지 않아 고작 8경기에서 평균 5점에 그쳤다. 그나마 이승현과 허웅이 고군분투하지만, 시즌 전 불거진 사생활 논란의 영향이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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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직후 KCC는 곧바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아시아에 출전했다. 또 동아시아슈퍼리그에도 나섰다. 각각 3패, 1승 5패에 그쳤다. 성과는 없이 해외를 오가는 동안 ‘부상 병동’이 됐다. 그렇다고 일정을 탓할 수도 없는 게, SK는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비슷한 일정을 소화하고도 리그 상위권이었다. “몇몇 스타 선수들이 제 기량만 믿고 비시즌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아 부상 당한 것” “높은 연봉을 보장받아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 등의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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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만 탓할 수도 없다. 전창진(61) KCC 감독은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등에서 뛴 버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안양 정관장과 버튼을 보내고 캐디 라렌을 받는 트레이드를 한 뒤 반짝 3연승 했지만, 이후 지난달에는 전패였다. 평균 팀 리바운드는 30.6개로 최하위, 경기당 실점은 81.8점으로 1위다.
KCC 감독을 지낸 추승균 해설위원은 “전 감독은 버튼이 있을 때 최준용·송교창·이승현 등 빅 라인업을 가동해 코트를 넓게 쓰는 스페이싱을 가져가려 했지만, 부상자 속출로 계획이 어긋났다. 트레이드한 라렌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