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올까…발걸음 빨라진 여야 잠룡들

2025-02-09

與, 尹 지지층 의식 선긋기 속

주자들 ‘세력화’ 물밑 움직임

野 비명계 뭉쳐 ‘李 때리기’

李, ‘친문’ 껴안고 통합 행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최종 선고가 한 달여 앞으로 예상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여야 정치인들이 암중모색의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거나 나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인용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여권 주자들 역시 윤 대통령 지지층의 정서를 의식해 드러내 놓고 대권행보에 나서지 못하지만 정책 어젠다를 제시하거나 물밑에서 세력화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하는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면서 당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당의 경우 현재 거론되는 차기 대권주자는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등이다.

이 외에도 이철우 경북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윤상현 의원 등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먼저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홍 시장은 최근 소셜미디어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헌법재판소의 편향성 논란 등을 공격하며 보수성향 지지자 결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오는 12일 국회에서 지방분권을 주제로 개헌 토론회를 개최하며 사실상 대선후보 경선을 염두에 둔 세력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권 주자 중 선두권에 올라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경우 대권 도전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지난 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MB계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물밑 대권 행보의 시동을 건 것이 아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만남이 김 장관의 제안으로 성사되고 친이(친이명박)계인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이 배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헌재의 탄핵 관련 선고 이후 김 장관의 대선 등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외에도 ‘쇄신 이미지’와 ‘중도 확장성’을 앞세우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지난 설 연휴 기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과 만난 것으로 알려진 한동훈 전 대표도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에게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워낙 강해 전체 당원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영남권의 ‘비토 세력’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의 경우 강성 이미지가 선명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비교해 차분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로 중도확장성이 더 클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최근 윤 대통령 메신저 역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윤상현 의원의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비명계 ‘잠룡’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연일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하며 세력화를 도모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민주당에 복당한 지난 7일 부산을 찾아 “정권 교체를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통합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 상태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라고 이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같은 날 광주에서 “민주당의 전통적인 힘은 다양성과 포용성”이라고 강조했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 대표의 중도층 공략을 위한 ‘우클릭’ 행보에 대해 “우리(민주당)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이재명이 아니어도 정권교체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며 “지지층만 보고 간다는 인식은 (여권이) 태극기 집회와 보수 유튜브를 국민 여론으로 착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이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민정 의원의 경우 ‘이 대표 비판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망하는 길로 가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명계가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비명계 총선 낙선·낙천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 ‘초일회’는 김동연 지사와 김경수 전 지사를 초청해 오는 18일 ‘희망과 대안 포럼’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통합과 포용’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 인사들을 기용하는 등 비명계를 끌어안고 있다. 또, 자신에게 날을 세우는 비명계 주자들과 만나 소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같은 이 대표의 행보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가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여권 후보를 상대로 쉽지 않은 싸움을 펼쳐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야권의 ‘단일대오’가 흐트러지면 표 결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중도층 역시 끌어들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기동기자 leekd@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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