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구 동대구역에서 열린 대규모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두고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지층이 대거 참여하는 집회를 끌어안을 수도, 또 멀리할 수도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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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동대구역 집회에는 TK(대구·경북)에서 탄핵 정국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인 5만2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국민의힘에서만 TK에 연고를 둔 12명의 현역 의원이 ‘개인 자격’으로 집회에 참석했다. 한 TK의원은 “당협에서만 1000명 정도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석했다”며 “당원들이 앞장서는 데 집회에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집회 소식은 9일 열린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진 의원들의 만찬 회동에서도 주요 화제였다. 참석자들은 “왜 의원들은 가만히 있느냐”,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등 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의 여론을 전하면서 대규모 장외 집회가 정국에 미칠 파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한 중진의원은 “당이 그동안 광장과 거리를 둬왔는데, 소극적인 움직임에 지지자의 불만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지지층 결집 현상은 여론조사로도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월 1주 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론(49.2%)과 여권의 정권 연장(45.2%) 응답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정당 지지도도 국민의힘은 42.8%, 더불어민주당은 40.8%로 2주째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집회를 두고 고무되는 당내 분위기와 달리 지도부는 이틀째 침묵을 이어갔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공개 발언에서 동대구역 집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동대구역 집회를 ‘극우 프레임’으로 비판하는 일부 언론과 야당을 향해 “수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집회를 극우 집회로 묘사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층 결집은 고무적이지만, 당과 연결되는 것은 집회 주최 측과 당에 모두 부담”이라며 “당은 집토끼와 산토끼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계엄은 계몽령” 이라며 탄핵 반대 집회의 아이콘이 된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에 대해 “108명 의원보다 낫다”고 평가하면서도 당과 거리를 두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동대구역 집회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의원들과 전씨의 동선이 달라서 현장에서 만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함께 사진이라도 찍으면 오히려 전씨의 순수성이 공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주진우 의원은 전씨에 대한 내란 선동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해 10일 “민주당 성향 시민단체가 민주당의 국민 카톡 검열, 탄핵 남발 등을 비판한 전씨를 표적 삼아 부당한 고발을 한 것”이라며 경찰에 사건을 종결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