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발표한 연구 중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의 수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평균 나이 약 80세 전후의 할머니 5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주된 질문은 감사(感謝)하는 마음에 대한 것이었다. “인생에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아요” “감사한 일의 목록을 다 적으면 아주 길 거에요”라는 질문 등에 높은 점수를 줬던 사람들은 낮은 점수를 줬던 사람들 보다 3년 뒤 사망률이 9% 낮았다. 전반적인 사망률이 낮은 것 외에도 심혈관 질환이나 암, 신경퇴행성 질환, 호흡기 질환, 감염이나 부상 등에 따른 개별적인 원인에 의한 사망률 역시 모두 낮았다. 특히 심혈관 질환에 있어서의 보호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의학학술지인 JAMA에 게재됐다.
수명을 연장시키는 꿈은 고대부터 존재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 또한 불로장생을 꿈꾸었기에 히포크라테스가 식단과 운동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클레오파트라의 우유 목욕, 진시황의 불로초 등을 거쳐 지금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기술, 인공장기, 줄기세포 등의 기술에 거대 자본이 투자되고 있다. 최근에는 ‘저속 노화’가 핫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저속 노화 식단, 운동 방법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이같은 방법들은 대부분 우리 몸을 타겟으로 한 하드웨어적인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연구는 소프트웨어적인 관점에서도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감사하는 마음은 기술의 발전과 습관의 교정 없이도 일주일에 몇 번 감사한 일을 적거나 그런 경험에 대해 대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키울 수 있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겸손함과 깨끗한 마음이 가득 채워지도록 마음을 청소하는 의식 같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이 어떠한 기전을 통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마도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트레스가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과 반대로 감사하는 마음은 건강한 몸으로 가는 길을 밝히는 등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둘 중 어느 것 하나 건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느 때보다 자기관리와 건강이 인생의 화두가 되어버린 지금,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강조점이 찍히길 바란다. 새 술을 새부대에 담아야 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