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놓는 주사 탓에 배에는 멍자국이 늘어간다. 단번에 성공하는 사례도 드물다. 지쳐가는 심신을 달래는 건, 언젠가 우리 아기가 찾아올 거라는 믿음이다. 체외수정, 일명 시험관 아기 시술을 준비하는 난임 부부의 고단한 일상이다.
그런데 이런 선택 자체가 불가능했던 시기가 있었다. 1968년 체외수정 기술을 완성해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영국 생물학자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는 1950년대부터 불임 치료를 연구하며 ‘프랑켄슈타인 박사’로 악명이 높았다. 생명을 조작한단 의미다. 그가 산부인과 전문의 패트릭 스텝토와 함께 임상 치료를 시작해 78년 세계 최초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키기까지 지원금 심사 때면 이런 질문이 단골로 나왔다. “불임은 극소수 여성만 겪는 문제인데 이 연구가 의미 있을까요?”
당시 이야기를 다룬 최근 넷플릭스 출시 영화 ‘조이의 탄생’(사진)에 따르면, 이런 질문에 따끔하게 응대한 3번째 공로자가 있었다. 10년간 시험관 아기 연구에 기여한 유일한 여성 주역, 간호사 진 퍼디다. 그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걸 할 수 없을 때의 고통”을 호소했다. 말 못할 불임의 고통으로 결혼과 인생의 실패자로 낙인찍힌 여성이 이미 많다고 토로했다. 그 자신도 불임 문제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자폭탄 이후 가장 큰 위협’으로 불렸던 시험관 아기 시술이 전세계 수백만명을 탄생시킨 의료기술로 자리잡기까지, 가장 중요한 토대는 난임 부부도 출산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간적 공감대였단 걸 영화는 보여준다. 난임 시술로 힘겨운 부부에겐 잠시나마 응원이 돼줄 영화다. 저출생 문제의 해법도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