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연승을 이끈 프로배구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인도네시아 매체에서 크게 조명됐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등 주전 선수들이 1세트에 부진하자 독려하고 세트 중후반 과감히 빼는 결단 끝에 역전승을 이뤄낸 과정에 주목했다.
정관장은 26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4-25 V리그 홈 경기에서 메가(21점)·부키리치(23점) 쌍포 활약을 앞세워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10-25 25-21 25-16 25-17)로 꺾었다.
지난해 11월30일 IBK기업은행전부터 시작된 정관장의 연승은 어느새 13경기로 늘어났다. 지난 시즌까지 구단 단일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이 8연승이었던 정관장은 이번 시즌 1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3위 정관장(승점 46점·17승6패)은 2위 현대건설(승점 47점·15승8패)을 승점 1점차로 추격했고, 선두 흥국생명(승점 53점·18승5패)도 추격권 안에 뒀다. 정관장은 30일과 2월2일에 연속해서 선두 흥국생명과 맞대결을 펼친다.
정관장은 설연휴를 맞아 주포 메가와 그를 응원하는 인도네시아 팬들을 위해 ‘메가 데이’ 행사를 열었다. 자신의 등록명을 딴 행사가 벌어진 날,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정관장은 1세트에서 범실 8개를 범하며 무너졌다. 메가 역시 초반에 흔들렸다. 고희진 감독은 작전 타임에서 “왜 움직이지 않나”며 선수들을 다잡는 한편, 세트 중후반 점수 차가 벌어지자 메가 등 주축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1세트를 내주는 대신 선수들의 심신을 재정비하려는 선택이었다.
고희진 감독의 결단은 2세트부터 결실을 봤다. 정관장은 2세트 중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13-11에서 메가의 오픈 공격이 터졌고, 표승주가 상대 미들 블로커 장위의 시간차 공격을 블로킹해냈다. 그리고 이어진 랠리에서 표승주가 오픈 공격을 성공, 16-11로 달아나며 2세트 승기를 굳혔다.
메가와 부키리치 쌍포가 터져 3세트를 손쉽게 따낸 정관장은 4세트에서 경기를 끝내며 승점 3점을 챙겼다. 4세트 초반에 승부의 추가 정관장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 7-6에서 메가가 후위 공격을 성공했고, 부키리치가 박은서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박은서의 오픈 공격이 정관장 블로커 손에 닿지 않고 라인 밖으로 벗어나면서 정관장이 10-6으로 도망가며 승기를 잡았다.
메가는 이날 모국 인도네시아 팬들의 열띤 응원 속에 결국 2세트부터 확실히 살아나 주인공다운 활약을 펼쳤다.
CNN 인도네시아는 27일 ‘메가데이’ 경기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메가의 활약과 함께 고희진 감독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고희진 감독이 1세트 선수들을 다잡고, 주축들을 불러들인 전략이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희진 감독의 만트라(마음이 부정적인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고 유익한 상태에 집중하기 위해 반복되어야 하는 일련의 말과 음절)를 바탕으로 메가와 팀이 상승해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