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 관세 협상에 빅테크 제재 연기···관세 전쟁 속 지렛대 된 빅테크

2025-04-20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미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 규제 위반 관련 제재 발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미국과 관세 협상 일정이 갑자기 잡히자 디지털시장법(DMA) 조사 결과 발표를 연기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당초 지난 15일 애플과 메타를 상대로 한 DMA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위원회는 두 기업에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었으며 과징금 부과 가능성도 있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두 기업 중 최소한 한 곳은 발표 일정도 미리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4일 EU와 미국 간 관세 협상 일정이 갑작스럽게 잡히면서 발표는 연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 뒤 처음 성사된 공식 협상인 만큼, 빅테크 제재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시행된 DMA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법이다. 시장 영향력이 큰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한다. 규정상 위반으로 확인되면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 반복적 위반 시에는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현재까지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알파벳과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부킹홀딩스(부킹닷컴 모회사),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로 총 7개다. 바이트댄스를 제외하면 모두 미국 기업이다.

집행위는 지난해 애플, 알파벳, 메타가 앱 마켓 외부에서 앱을 다운로드 또는 결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DMA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WSJ는 “해당 제재 결정은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연기될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또한 두 기업에 부과될 과징금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정명령이 이들의 영업 관행에 미칠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도 분석했다.

그러나 EU의 노력에도 미국과의 첫 관세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지난 14일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했으나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협상에서도 미국 측은 EU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고, EU 측은 타협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관세 전쟁’에서 빅테크 기업은 지렛대처럼 활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EU가 비관세 장벽을 통해 미국 기술기업을 갈취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U는 지난 1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일 실패로 끝날 경우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망 사용료, 플랫폼 규제 법안,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금지 등 한국의 빅테크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짚었다. 한국 역시 미국과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있어 이 같은 규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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