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의 길, 정신공학에서 찾아라

2025-04-09

인공지능(AI)의 역사에서 ‘선견지명’과 ‘과감한 올인’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인물 둘이 있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2010년 창업한 딥마인드로 알파고 열풍을 이끌었다. 일리야 수츠케버는 2015년 말 오픈AI를 세워 대형언어모델(LLM) 시대를 열었다.

이제 알파고와 챗GPT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반면 한국은 대형 산업 프로젝트나 제조업에는 강하지만, 장기적·창의적 연구를 안정적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구조다. 무엇이 다를까. 허사비스와 수츠케버의 공통분모는 ‘먼저 방향을 확신하고, 거기에 모든 것을 건다’이다. 이 말에 담긴 확신·목표지향성·위험감수는 그 뿌리가 서구의 전통 정신문화다. 이제는 한국도 ‘정신문화’와 ‘엔지니어링’을 결합한 ‘정신공학’을 고민할 시점이다.

AI든, 반도체든, 전기차든, 우리가 앞서나갈 방략은 답이 나와 있다. 첫째, 신뢰·자유·기업가정신과 같은 정신 요소의 수용을 심화시켜 우리의 강점으로 삼는 것이다. 둘째, 우리의 정신을 재해석해 경쟁국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강점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컨대 조선 실학 전통의 깊은 사색과 탐구 방식을 현대 공학 연구와 융합할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철학·뇌과학·AI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로 협업하는 실험적 연구센터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AI는 철학·윤리·사회학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따라서 국내외 학술대회나 포럼을 통해 다양한 분야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정신공학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학제 간 협업이 활발해지면, AI가 사회에 가져올 변화와 윤리적 쟁점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향후 한국 정신공학의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한국 특유의 수직적·집단주의 문화와 개인 창의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의 병존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나 상품화 업무는 속도전 문화가 효율적이지만, R&D 조직만큼은 수평적·독립적 운영으로 깊이 있는 몰입을 보장해야 한다.

비전과 확신, 신뢰와 협력과 같은 개념은 어떤 성과를 포장하는 미사여구가 아니라 경쟁력을 결정하는 정신공학의 핵심이다. 허사비스나 수츠케버가 대규모 자본 유치에 성공한 원인은 미래를 바꿀 비전을 투자자들에게 확신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장기적 안목을 가진 자본과 스타트업·연구자들이 서로 신뢰하며 협력하는 정신공학적 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 정신공학 시대는 ‘오래 깊이 생각하고, 때로는 과감히 실행하는 문화적 뒷받침’ 위에서 꽃핀다. 5~10년을 내다보는 투자와 조직문화 혁신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에서도 새로운 알파고와 챗GPT가 탄생할 수 있다.

이수화 법무법인 디엘지 AI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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