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택배사들이 배송을 멈추는 8월14일 ‘택배 없는 날’에 쿠팡은 올해도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측은 배송 기사들이 이미 자유롭게 쉬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압도적 산업재해율을 자랑하는 쿠팡이야말로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택배사들은 대부분 오는 14일 택배 배송을 중단한다.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이 매년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 휴무로 지정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14일 전후로 배송을 멈춘다.
‘택배 없는 날’은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 보장을 위해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20년부터 도입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택배 물량이 폭증해 과로로 쓰러져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대부분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인 택배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실질적으로 휴가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1년 중 하루라도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쿠팡은 아직까지 단 한번도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37%로 업계 1위다. 국내 최대 규모의 택배사인 쿠팡이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합의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회사들이 쉴 때 쿠팡만 배송을 진행하면서 쿠팡 매출만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 노동자들의 경우 연휴 동안 물량이 몰리면서 오히려 노동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쿠팡은 올해에도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쿠팡CLS 관계자는 “쿠팡 위탁배송업체 택배기사 중 휴무를 취하는 비율이 매일 30% 이상이고, 그 수가 6000명 이상에 달한다”며 “주 6~7일 배송을 하는 다른 택배사들과 달리 쿠팡 기사들은 이미 자유롭게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LS는 매일매일이 ‘택배 쉬는 날’인 셈”이라고 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쿠팡의 택배 없는 날 동참을 촉구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파업과 불매운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쿠팡본부 등은 이날 오전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월14일 하루라도 더 쉬어야 덜 죽고 덜 다칠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우리사회가 화답하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택배 없는 날”이라며 “쿠팡은 자유로운 휴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한여름에 자유롭게 휴가를 가는 쿠팡 택배노동자가 도대체 얼마나 되냐. 자유로운 휴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사람 잡는 쿠팡의 로켓배송 이제는 멈춰야 한다”며 “쿠팡이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으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14일 쿠팡을 멈추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지난 7일 “모든 택배사가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게 되면 중소상공인의 영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다”고 주장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택배 없는 날 참여는 개인사업자인 ‘퀵플렉서’의 생계에 직접적 타격”이라고 말했다. 쿠팡 직고용 정규직 배송 기사들인 쿠팡친구 노조는 4일 “택배 없는 날이 시행되면서 업무가 쿠친들에게 전가된다면 과연 택배 없는 날이 맞냐”며 “쿠친들에게 업무 부담으로 돌아오는 택배 없는 날 시행을 반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