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신문고] 건축과 매장유산 유존지역

2025-10-22

장성호 건축사(전북특별자치도건축사회 / 장(張)건축사사무소)

건축허가를 준비할 때 토지대장, 토지등기, 토지이용계획확인서 등의 확인은 기본 절차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주 간과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매장유산 유존지역 여부다. 겉으로는 단순한 농지나 임야처럼 보이는 토지라 해도, 그 아래에는 수백 년 전의 문화유산이 잠들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건축허가를 신청한다면 예기치 못한 절차 지연이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건축주가 토지이용계획확인서만으로 모든 법적 사항을 파악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해당 확인서에는 매장유산 유존지역이 표지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가유산청이 운영하는 국가유산공간정보서비스를 통해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외견상 아무 제한이 없어 보이는 토지라도 실제로는 매장유산 지표조사 대상일 수 있으며, 이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으면 허가 절차에서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한다.

특히 2025년부터는 제도가 한층 강화된다. 기존에는 국가유산 전문가 검토의견서만 제출하면 되었지만, 앞으로는 국가유산영향진단기관을 통해 영향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보고서를 국가유산 협업포털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보고서를 담당 부서가 검토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되므로, 조사 기간과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건축주에게는 부담이지만, 사전 안내와 준비가 이루어진다면 계획 수립 과정은 훨씬 원활해진다.

물론 유존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해서 반드시 개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 뚜렷한 유물이 발견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허가가 진행되며, 일부 유구만 보존·이전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추진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건축주가 이러한 절차와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건축사는 단순히 설계를 담당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토지와 건축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까지 고려하여 안내하는 전문 조언자이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매장유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설명하는 일은 건축사의 핵심적 책무라 할 수 있다.

“우리 땅이 매장유산 유존지역이라고?”라는 놀라움이 허가 과정에서 터져 나오지 않도록, 건축사가 먼저 확인하고 안내해야 한다. 건축허가 절차와 국가유산 보존 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설명할 때, 건축은 비로소 땅 위의 건축물과 땅속의 유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과정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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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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