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장애인의 재산을 대신 관리해주는 국가 공공신탁 사업이 시범 단계를 마치고 본사업에 들어갔지만, 관리·감사 체계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재산관리지원서비스'는 2022년 5월부터 지난 8월까지 누적 202명이 이용했고, 현재 이용자는 166명(사망 등 해지 3명 포함)이다.
이 기간 공단이 관리한 재산은 총 49억2229만원이다. 이 중 20억5578만원이 생활비·공과금 등으로 쓰였고, 28억6650만원이 잔액으로 남아 있다. 공단이 대신 지출을 도와준 횟수는 누적 1만2786건에 달했다.
정부는 2018년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에서 공공신탁 도입을 처음 발표했고, 국민연금공단이 수행기관으로 지정돼 2022년 5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지난 3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공단 위탁 근거가 마련되며 올해 10월 2일부터 본사업이 공식 시행됐다.
이 제도는 단순한 복지서비스가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재산권·경제적 자립·인권을 보장하는 국가 책임형 안전망이다. 공단은 이번 본사업 전환을 계기로 '재산관리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내년부터 인력을 11명으로 증원해 전국 서비스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재산관리의 '외부감시장치' 도입도 시급하다. 계약, 정산, 점검 절차 모두 공단 내부에서만 이뤄지고, 아직 보건복지부나 회계전문기관의 정기 감사 규정은 문서상에 없다. 정산보고서도 '지원인→지원기관→연금공단'으로 이어지는 단일 경로에 머물러 있다. 아직 이중 검증(two-track accountability) 자이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회계 감시와 모니터링을 제도화하지 않으면 공공신탁의 본래 취지인 '국가책임형 재산보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관계자는 “본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것”이라며 “연내 외부 회계 감사도 신청하고 내년에는 외부 기관에 결산, 감사 등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은 “시범사업에서는 소규모였기에 내부 점검으로 충분했지만, 본사업으로 전환돼 예산과 대상이 늘어나면 지금의 관리방식으로는 감당이 어렵다”라며 “관리감독 및 회계 검증 절차가 구체화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