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메멘토 모먼트
숨을 내쉴 때마다 코끝에 살얼음이 생기는 추운 겨울 밤이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굳은 표정을 한 보호자들이 서늘한 병원 로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읽히는 불안과 절망은 마치 겨울 한파처럼 로비를 휘감고 있었다.
꽁꽁 싸매고 출근한 나는 뻣뻣한 홑겹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싸늘해진 양팔을 손바닥으로 연신 쓸어내리며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환자에게 투약할 항생제를 바삐 준비하고 있는 동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잔뜩 휘날린 잔머리를 수습할 새도 없이 일을 쳐내느라 정신 없는 그녀를 보니, 역시 두 시간 이른 출근은 잘한 결정이었다.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칠 여유도, 잠깐의 미소를 지을 틈도 없을 만큼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내게 건넨 첫마디는 이거였다.
“아, 진짜 미치겠어.”
하루를 쉰 덕에 조금은 가벼웠던 내 마음도 그 말에 금세 무거워졌다. ‘오늘 밤은 좀 조용하려나’라는 기대는 애초에 품지 말아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직 구체적인 상황은 파악하지 않았지만 정신없이 일하는 동료의 모습이 머지않아 내 모습이 될 게 분명했다.
‘휴-.’
한숨을 내쉬며 환자 파악을 시작했다. 도무지 한 사람 한 사람 쉬이 넘어가는 이가 없었다. 상태가 언제 악화할지 모를, 그 ‘언제’라는 모호한 시점이 오늘 밤이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환자들이 여럿이었다. 그들이 언제 루비콘 강을 건널 지 예측할 수 없었지만,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삶’ 쪽으로 끌고 오기란 애석하게도 불가능해 보였다. 매일 밤 마주하는 죽음의 그림자가 오늘 따라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특히 한 환자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30대 초반인 그는 식도암을 진단 받은 지 겨우 석 달 만에 폐에 물이 차고 식도의 종양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늘 답답한 숨을 몰아쉬며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