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반짝이는 클래식

2024-12-17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반짝인다. 여기에 클래식 공연장도 빠질 수 없다. 로비는 화려한 조명이, 무대 위에선 음악이 반짝인다. 12월에 가장 반짝거리는 음악은 러시아 음악가,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펼쳐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해마다 12월이 되면 전세계 무대에 올라간다.

원작은 독일 작가 호프만의 고전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주인공 클라라는 할아버지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받고 기쁜 마음으로 잠든다. 이때 생쥐 왕이 부하들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오자 호두까기 인형은 병정 장난감들과 함께 생쥐들에 맞서 싸운다. 하지만 수세에 몰리자 잠에서 깬 클라라가 장난감들을 도와 결국 생쥐들을 물리친다. 그리고 호두까기 인형은 멋진 왕자로 변신하고 클라라와 함께 환상의 과자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환상 속 과자나라에선 다양한 요정들이 춤을 추며 환영하고 화답으로 왕자와 클라라도 함께 춤을 춘다. 이후 클라라는 잠에서 깨어나고 눈을 떠보니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눈꽃 요정, 환상적인 과자나라의 장식들, 이 모든 것들이 반짝이는 음악으로 연출된다. ‘호두까기 인형’의 가장 큰 매력은 모든 음악이 좋다는 점이다. 사실 발레나 오페라를 관람하다보면 중간에 꼭 한번은 지루하거나 재미없게 느껴지는 음악이 존재한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르다.

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의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채롭고 즐거우며 누구나 처음 들어도 부담 없다. 이는 우아하고 세련된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장인 차이콥스키의 능력이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차이콥스키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차이콥스키는 굉장히 세련된 사람이었다고 한다. 머리는 항상 단정했고 옷차림은 깔끔했다. 대화에선 위트가 넘쳤고 행동에선 배려가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그의 촉촉한 눈망울은 언제나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또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의 움직임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런 관심은 결국 매력적이고 우아한 음악이 가득한 ‘호두까기 인형’의 밑바탕이 됐다. 이는 ‘호두까기 인형’과 더불어 차이콥스키 3대 발레 음악으로 불리는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12월에 발표됐다. 이 시기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작품활동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개인적인 일들로 정신과 육체 모두 피곤함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도 12월이 되면 다양한 일들로 바쁠 수 있다. 또한 한해 피로가 쌓여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곤한 시기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호두까기 인형’을 들으며 반짝이는 12월을 즐겨보면 어떨까.

나웅준 콘서트가이드, 뮤직테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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