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입성 도전 英 기술기업 테라뷰, 강점과 전망은 [시그널]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영국 소재 기술기업 테라뷰가 기업공개(IPO) 통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노린다. 테라뷰는 반도체·2자천지 정밀 검사에 쓰이는 테라헤르츠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다. 테라헤르츠는 전자 기파의 일종으로 나노미터(㎚·10분의 1m) 단위의 반도체 회로에 손상을 주지 않고도 제품 결함을 확인할 수 있어 전자파·초음파·엑스레이를 활용한 기존 검사 방식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테라뷰는 엔비디아, AMD, 삼성전자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돈 아논 테라뷰 대표는 19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 증시 상장 추진 배경과 기업 경쟁력을 설명했다. 아논 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게 된 것은 한국과 아시아가 테라뷰 사업의 주 활동 무대이기 때문”이라며 “코스닥 상장을 통해 주요 고객사와의 접점을 늘리고 한국을 기점으로 아시아 지역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테라뷰는 2001년 설립된 영국 기업으로 테라헤르츠 기술 권위자인 마이클 페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전기전자공학부 석좌교수와 아논 대표가 공동 창업했다. 테라뷰의 연구개발(R&D) 인력은 수준급으로 평가된다. 아논 대표는 케임브리지대 테라헤르츠 연구소장 출신이자 런던 왕립학회 회원(RFS)이고 전체 임직원 중 51%가 박사 학위 소지자다. 테라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술 개발·상용화를 이끄는 부서장 대부분은 케임브리지대, 노팅엄대 등 영국 명문대에서 물리학·화학·분광학·양자역학 등의 박사 학위를 받았다.

테라헤르츠는 1초에 1조 번 진동하는 전자기파를 일컫는 용어다. 1초에 10억 번 진동하는 기가헤르츠는 무선 통신 기술로 쓰이고 1초에 100경(조의 1만 배)번 진동하는 엑사헤르츠는 엑스레이 기술에 쓰이는 등 전자기파 스펙트럼 대부분이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테라헤르츠는 상용화가 더뎠다. 테라뷰는 테라헤르츠 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해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주력해왔다. 법인 설립 초기인 2000년대에는 원천기술 개발에, 2010년대에는 제품화에 집중했다.

테라헤르츠 기술은 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활용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반도체 제품 검사에 쓰였던 전자파·초음파·엑스레이는 물질을 투과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손상을 주지만, 테라헤르츠는 파장 특성상 제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아논 대표는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며 “기존 방식으로는 첨단 반도체 패키징 검사 과정에서 제품에 손상을 주기 쉬워 테라헤르츠 기술 기반 검사 장비와 솔루션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라뷰는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삼성전자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고 엔비디아·AMD 등 팹리스와도 협력 중이다. 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쌓은 레퍼런스(평판)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2차전지와 자동차 제조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테라헤르츠 기술을 활용하면 2차전지 내부 성분의 밀도를 정밀 측정하거나 자동차 코팅 성분을 검사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제품군을 △방산(스텔스 전투기 특수 코팅 검사) △항공(항공기 기체·엔진 특수 코팅 검사) △가전(냉장고 내장재 밀도 검사) △통신(6G 통신 기술 개발) △의료(암 진단) 등으로 확장하는 것이 테라뷰의 비전이다.

테라뷰는 500만 한국예탁증서(KDR)를 공모한다. KDR은 외국 기업의 주식을 한국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국내 형식에 맞춰 발행한 예탁 증서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7000~8000원이고 이에 따른 공모금액은 350억~400억 원, 시가총액은 2486억~2841억 원이다. 올해 5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해 8월 승인을 받았다. 이달 19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마쳐 21일과 24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증시 입성 예정일은 12월 9일이며 상장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