磨而不磷, 涅而不緇(마이불린 날이불치)

2025-10-15

반란의 전력이 있는 진나라의 대부 불힐(佛肸)이 공자에게 관직을 맡길 생각인 양, 공자를 불렀다. 공자가 가려고 하자, 제자 자로가 나서서 “전에 선생님께서 ‘선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나아가지 않는다’고 하셨지 않습니까?”라며 말렸다. 이에 공자는 “나는 갈아서 닳게 하려 해도 닳지 않고, 검게 물들이려 해도 검어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하면서 “내가 뒤웅박처럼 매달려 있기만 하고 쓰이지 않아서야 되겠느냐?”라며 부름에 응하려 했다. 유혹을 이기고, 오히려 나쁜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는 공자의 자신감과 세상을 바꾸기 위해 관직을 갖고자 하는 공자의 열망을 볼 수 있는 구절이다. 그러나 공자는 끝내 부름에 응하지는 않았다.

흔히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그만큼 개과천선하는 사람이 드물고 오히려 배반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불힐 또한 끝까지 반란의 전과를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갈아도 닳지 않고 물들이려 해도 물들지 않는’ 지조를 자랑하던 공자도 그와 섞임으로써 닳아지고 물들까 봐 부름을 거부했으리라. 똥은 거름이 되지 않은 한 악취를 떨쳐낼 수 없다. ‘마이불린 날이불치’하는 사람은 중용하고, 똥과 같은 사람은 갈아엎어서 거름으로 쓰는 정치라야 세상이 평화롭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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