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 인공지능(AI)이 기업의 효율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구직자들이 생성 AI 도구로 지원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기업들이 지원자의 진짜 실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7일 AI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커리어 지원 플랫폼 ‘레주메지니어스’는 미국의 채용 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응한 채용 담당자 76%는 ‘AI 때문에 지원자의 참모습을 평가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지원자가 지원서류에 AI 도구를 쓸까 봐 걱정된다’는 답변도 58%에 달했다.
‘AI 덕분에 채용 절차의 효율성이 좋아졌다’(답변율 78%)와 ‘AI로 더 좋은 후보자를 찾을 수 있었다’(75%) 등 긍정적 평가도 나온 만큼 기업 채용에 있어 신기술의 혜택과 부작용을 함께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용 담당자들이 실제 겪은 문제 사례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항목에서는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를 AI로 생성해 제출하는 경우’라는 답변이 47%로 가장 많았다. ‘포트폴리오나 창작물을 AI로 만들어 내는 경우’(35%)와 ‘채용에 참고할 수 있는 링크트인이나 그 외 SNS 프로필을 AI로 생성하는 경우’(33%)라는 답변도 나왔다.
‘온라인 업무역량 테스트에서 AI를 써서 부정행위를 하는 일을 겪었다’는 답변은 29%였고, ‘원격 화상 인터뷰 때 지원자가 딥페이크(AI 기반 합성 영상·이미지) 기술을 쓰는 것을 봤다’는 답변도 17%에 달했다.
AI 도입률이 높은 한국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성 AI 표절검사 서비스 업체인 무하유가 지난해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제출된 자기소개서 89만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48.5%가 생성 AI 활용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기업 현장에서 번역·교정, 발표 자료 작성, 통계 분석 등 업무에 두루 AI를 쓰고 있는 만큼 AI를 제대로 활용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I 업계 등에서는 AI 사용 여부보다는 지원자가 결과물에 대해 ‘지적 통제권’이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