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경북지역 산불이 진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의 기상청 격인 북한 기상수문국이 관영 매체를 통해 '산불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지속되는 이상 기후가 산불 발생에 주는 영향을 설명하면서다.
노동신문은 30일 방순녀 기상수문국 처장이 조선중앙통신사와 진행한 회견 내용을 보도하면서 "올해 들어와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되고있는 계절적 특성과 강수량, 기온, 바람 상태가 산불 발생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방 처장은 기자와의 문답에서 "유엔 환경계획은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위험성을 분석한 데 기초하여 전 세계적으로 산불 발생 건수가 2100년까지 50% 늘어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기후 변화 때문에 산불이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날씨의 특징은 비가 적게 내리고 기온이 높으며 센바람이 자주 불어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4월 상순까지도 이런 기상조건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강수량은 많지 않고 기온은 평년보다 높으며 센바람도 자주 불면서 산불 발생 위험성이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견된다"고 덧붙였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이 2018년 북한 지역을 촬영한 위성영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산림 황폐지 면적은 전체 산림 면적(906만ha)의 28%에 달하는 262만ha에 달한다.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인해 전국 각지 산비탈에는 뙈기밭과 같은 농경지가 조성됐고, 경제난으로 인한 에너지 부족 탓에 연료용 나무 획득을 위한 산림 벌채가 무분별하게 이뤄진 결과다. 북한 당국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체계적인 조림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5년 산림총국을 신설한 이후 전국에 양묘장 180여개를 건설했지만, 자원과 역량,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황폐해진 북한의 산림은 각종 자연 재해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단순히 산에서 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