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18건, 경북 9건...산불 죄다 났는데 영남만 피해 큰 까닭

2025-03-30

역대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경남·경북 초대형 산불의 주불이 30일 진화됐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산불영향구역은 약 4만8238㏊(여의도 면적 166배), 사상자 70여명에 달한다.

이번 산불 기간에는 영남 지역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산불이 동시에 일어났다. 하지만 기상 조건의 차이가 영남 산불을 키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30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경북과 경남에선 각각 9건, 1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선 18건, 전북과 전남에선 각각 10건, 7건의 산불이 일어났다. 광역시까지 포함해 권역별로 집계해보면 영남 27건, 호남 20건, 수도권 20건, 충청권 10건, 강원 2건이다. 면적 대비 산불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수도권이었다.

올 겨울 눈·비 없던 영남…3월 건조 특보

전국에서 동시에 많은 산불이 발생했지만 경북과 경남에서만 초대형으로 번진 이유는 기상 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경북과 경남은 지난 겨울철에 다른 지역보다 눈과 비가 적게 왔다. 경북의 겨울철 누적 강수량은 21㎜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경남도 29.1㎜로 가물었다. 전국 기상 관측망이 깔린 1973년 이래 경북은 역대 세번째, 경남은 다섯번째로 적은 양이다. 겨울철 산지에 눈이 내리지 않으면, 산림의 수분 함량이 줄어들며 낙엽이 마른다. 산불 땔감이 쌓인 셈이다.

여기에 3월 하순부터 건조한 바람이 영남권에 불었다. 남고북저(남쪽 고기압 북쪽 저기압) 기압계가 만든 서풍이 소백산맥을 넘으며 건조하고 뜨거워진 탓이다. 이는 4월 초 동해안에 대형 산불을 부르는 '양간지풍'과 같은 성질을 가졌다. 양간지풍도 남고북저 기압계가 만드는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건조하고 뜨거워진다.

눈 쌓였던 무주, 대형 산불 하루 만에 진화

영남권과 달리 겨울철에 눈이 많이 쌓인 호남권에선 산불이 상대적으로 크게 확산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철 전북과 전남 강수량은 86.9㎜, 57.5㎜로 영남권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이는 지난 겨울, 주로 서해에서 만들어진 비구름이 서쪽 지방에 눈을 뿌렸기 때문이다. 전북 무주는 지난 겨울부터 많은 눈이 쌓여, 3월 초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적설을 기록했다. 실제 이번 산불 기간 무주에서도 한밤 중에 산불대응 2단계 수준의 큰 산불이 발생했지만, 하루 만에 진화됐다.

큰 산불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강원 지역은 겨울철 강수량이 26.7㎜로 매우 적었지만, 3월 초·중순에 동풍(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의한 눈과 비가 많이 내린 덕에 3월 하순에 산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

김종근 산림청 대변인은 “이번 영남 지역은 겨울철에 건조한 데다 산맥을 넘은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까지 불어 산불이 크게 번졌다”며 “겨울철에 상대적으로 눈과 비가 많이 내린 다른 지역도 점차 건조해지고 있어 4~5월 산불 예방과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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