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후변화와 제2의 산림녹화

2025-03-30

봄철만 되면 꼭 거쳐야 하는 의례처럼 나라 전체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도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의 피해가 역대급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버금가는 상황이다. 2019년 강원 고성·속초, 2023년 강릉 산불로 인한 이재민의 고통과 전국민적 상실감이 완전히 잊히기도 전에 또다시 대형 산불이 영남지역을 덮친 것이다.

산불은 비단 국내의 이슈만은 아니다. 미국과 호주, 브라질 등 전세계가 초대형 산불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이슈로 자리 잡은 대형 산불의 원인은 대체로 극심한 폭염 혹은 가뭄에서 찾고 있으며, 이러한 이상 기후는 결국 우리 인류가 자초한 기후변화의 결과일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전체 산림의 약 70%가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가 약 반세기에 걸친 조림을 통해 산림녹화를 실현했기에, 산불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된 산림을 보면서 느끼는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거기에 인명과 재산 피해, 문화재 손실도 더해져 통탄할 따름이다. 국제연합(UN)은 우리의 산림녹화 성과를 보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인공조림에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했고, “한국의 산림녹화는 기적이며 개도국의 성공 모델”이라고 찬사를 보낸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도 있다.

실제로 우리의 산림녹화 경험은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여러 개도국에 전수되고 있다. 다만 우리 산림자원을 잘 유지할 때만이 이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가 유효하고 우리의 성공 경험이 국제사회의 귀감으로 남을 수 있다.

산림을 파괴하는 주범은 산불만이 아니다. 사실 지난겨울 강원·경기 등의 지역에서 폭설로 인해 산림이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무거운 습설(濕雪) 때문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줄기가 꺾인 나무가 부지기수였다. 특히 습설이 쌓이기 좋은 조건을 가진 소나무 등의 침엽수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집중적인 피해를 입었다. 피해지역이 광범위하고 피해 수목이 분산돼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습설로 인해 부러진 소나무가 그대로 방치되어 마르면 산불이 발생했을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 소나무의 잔해를 치우려 해도 대체로 사람의 접근이 어렵고, 접근이 가능하더라도 피해면적을 고려할 때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반세기 전 조림사업이 전국 단위로 진행되었고, 그 추진 시기와 수종이 동일해 벌기령(나무 벨 나이)도 비슷한 시기에 도래했다. 소유 형태에 따라 소나무와 낙엽송의 벌기령은 각각 40∼60년과 30∼50년이다. 따라서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도처에서 벌목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벌목의 사유재산권 행사 여부 혹은 탄소 저감효과 극대화 수령 등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벌목 혹은 산불 종료 후 신규로 조림할 때에 산림당국의 개입이 다소 요구된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침엽수와 활엽수 구역을 구분해 조림하도록 유도하거나, 습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수종을 개발하여 보급하거나, 사후 간벌과 가지치기(전정)를 장려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 피해가 상시화, 규모화되는 지금이 바로 제2의 산림녹화를 계획하고 실천할 때다. 과거의 산림녹화가 양적인 성공이었다면 제2의 산림녹화에서는 더 세밀한 계획과 더 전략적인 실천을 통해 질적인 성공을 기대해본다.

지성태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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