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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는 지난 14일 경기캠퍼스 샬롬채플 대예배실에서 2024학년도 학위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故 곽현정·윤현균·박태순·이해진 열사에게 명예졸업증서를, 국가의 신학과 강제 모집 중지로 철학 A과로 입학해야만 했던 81·82학번에게 명예 신학사 증서를 수여하는 등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먼저 한신대는 재학 시절 한신대 교육이념에 따라 민주화와 통일, 평화와 인권을 위한 삶을 살았던 4명에게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했다.
1985년 한신대 신학과에 입학한 故 곽현정은 이듬해인 1986년 11월 30일 건국대 ‘애학투련 항쟁’에 참여 후 구속됐고, 1987년 12월 가을 학기를 마치고 고문 후유증으로 휴학 중 1988년 4월 10일 운명했다. 이후 제 44차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희생자로 인정됐다.
또한 故 윤현균은 1985년 한신대 신학과에 입학해 학보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1987년 7월 21일 군입대 했으나, 1988년 4월 8일 군 가혹 행위로 사망했고, 이후 2023년 5월 19일 국방부 중앙전공사상 심사위원회에서 순직으로 결정됐다.
1985년 한신대 신학과에 입학한 故 박태순은 1989년 5월 수원 검찰청 점거 농성 중 폭력공무집행방해로 구속, 1년 6개월을 복역했다.
복역을 마치고 1992년 수원, 부천에서 노동운동을 펼쳤으나 8월 29일 직장에서 귀가 중 행방불명 됐다. 이후 2021년 2월 15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당시 시흥역에서 광주행 무궁화호와 충돌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故 이해진은 1984년 한신대 국사학과에 입학해 이듬해 11월 수원지부 노동부 사무소 점거농성으로 구류 15일을 받았다. 이후 1988년 4월 화성시 와우공단 내 영신산업사에 입사했으나, 6월 5일 동료 노동자와 체육대회 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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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명예졸업자인 故 이해진의 동생 이희경씨는 “오빠의 졸업식에 참석하게 되어 뭉클하다.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때 졸업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잊지 않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신군부에 의해 2년간 신학과 강제모집중지를 당해 목회자를 꿈꾸었으나 역사철학계열 ‘철학 A과’로 입학해서 어려움을 당했던 81·82학번 114명에게 명예 신학사를 수여했다.
이들은 ‘신학사’가 아닌 ’문학사‘ 학위를 받아야만 했다. 이후 45년만인 올해 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를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인정하고, 국가에 한신대와 피해 학생들에게 사과 및 명예 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최종복 목사는 81학번을 대표해 “오늘 신학사 명예 학위를 받기까지 소중한 결정에 힘을 모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오늘의 이 수여식이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쿠데타가 우리 사회와 역사에 얼마나 큰 불의한 일을 저질렀는지를 드러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세열 목사는 82학번을 대표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철학 A과’라는 학과 이름으로 입학했던 그 시절 철학과 입학생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한신의 정신이 잘 이어져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선·후배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명예졸업증서와 명예 신학사 수여 후 강성영 총장은 “1980년 10월 8일, 한신대 학생들은 채플 시간에 류동운 학우의 추모 집회를 마치고, 5·18 진상규명 시위를 전국 최초로 벌였고, 전교생이 연행되며 강한 탄압을 받았다.
전두환 신군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신대를 폐교까지 검토했고, 캠퍼스를 오산으로 강제 이전하고 1981·1982년 신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지시켰다”며, “45년이 지난 1월 14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를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사과 및 피해 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한신대는 1981·1982년 학번 피해 동문들에게 ‘명예 신학사’를 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故 곽현정·윤현균·박태순·이해진 열사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이를 통해 위로와 희망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한신은 참과 거짓,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했던 사람들,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를 원했던 사람들’의 피땀 위에 우뚝 서 있다.
한신대는 단언컨대 많은 대학 가운데 단지 하나의 대학이 아니다. 한신은 역사의 고난을 이겨내며 민주화와 통일, 인권과 평화를 위해 헌신했고, 오늘 학·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졸업생이 한신을 더욱 빛낼 인재가 될 줄 믿는다.
한신은 융복합 교육혁신을 통해 평화-통일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다른 어느 대학과 비교되지 않는 유니크한 대학으로 개교 100주년을 향하여 발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학위수여식에 앞서 박상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은 설교 말씀으로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책의 내용을 언급하며 “하나님께서 ‘오고 있는 양심적인 소년들’을 통해 세상을 꽃이 피는 쪽으로 이끌어 가실 것이다.
한신을 졸업하는 여러분들이 성령님께서 역사하시는 양심을 따라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노래하며 이 세상에서 희망의 상징으로 살아가기를, 그 삶에 하나님께서 항상 동행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찬우 이사장은 괴테의 ‘뿌리와 날개’에 관한 명언을 인용하며 “가족과 한신이라는 든든한 뿌리를 가지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 빚으로 얻어진 존재임을 아는 겸손한 마음, 일상의 모든 순간 하나님을 자각하는 거룩한 마음, 남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다른 이의 삶에 손님이 되려는 열린 마음의 날개를 장착하여 비상하게 되기를 바란다.
황무지와 같은 세상에 참사랑의 씨앗을 뿌리는 졸업생이 되시기를 축복한다”고 격려사를 전했다.
이훈삼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총무)는 축사를 통해 “대나무는 그 ‘마디’에서 비롯한 강인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가진 풀이다.
한신의 곳곳에서 배우고 논쟁하고 고뇌하며 실천했던 것들이 우리 삶의 ‘마디’가 되어 우리는 그만큼 더 유연해지고 강인해졌다.
이제 이 유연함과 강인함을 가지고 세계로 나가 모순이 있는 역사, 무의미한 인생을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역사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한신인들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학위수여식은 학부 84회, 대학원 69회, 교육대학원 24회, 정신분석대학원 12회로, 학사 1,141명, 석사 82명, 박사2명 등 총 1225명이 학위를 받았다.
한편, 졸업생 시상에서는 총회장상을 받은 김동호(신학부) 학생을 비롯해 이사장상, 설립자상, 총장상, 총동문회장상, 늦봄평화상, 오산시장상, 국회의원상, 오산시의회 의장상, 국민은행장상 등 총 36명이 수상했다.
[ 경기신문 = 지명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