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연예인의 일탈, 매니지먼트사는 어디까지 책임지나

2025-03-19

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김상훈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연예인의 사회적 일탈은 단순한 사생활을 넘어, 계약과 신뢰의 문제로 확장되곤 합니다. 특히 음주운전과 같은 형사처벌 대상 행위는 대중과 계약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배우 김새론 씨가 음주운전 사고 이후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와 계약을 종료한 사례는, 연예인의 귀책사유 발생 시 매니지먼트 계약상 의무와 책임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를 다시 한번 조명하게 하였습니다.

1. 매니지먼트 계약의 법적 구조

연예인의 매니지먼트 계약은 일반적인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과는 그 성격이 다소 다릅니다. 민법상 위임계약은 수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관계로 정의되며, 도급계약은 일정한 목적물을 완성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구조입니다. 매니지먼트 계약은 이러한 위임과 도급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나, 단순한 법률행위의 위임이나 목적물의 완성에 그치지 않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전속매니지먼트계약에 의하여 매니저가 부담하는 급부는 연예인을 위한 사무의 처리라는 서비스이므로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은·’위임’ 내지’위임 유사의 무명계약’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이라 판단한 바 있지만(서울고등법원 2004. 5. 11. 선고 2004라143 판결), 최근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은 연예인 발굴 및 육성을 위해 투하된 노력과 자본의 회수를 목적으로 연예인의 의무가 강화되어 연예인은 피용자로서 매니지먼트사에게 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고 전속료 및 출연료 등의 형태로 보수를 지급받는 경우도 많아 매니지먼트 계약을 단순히 위임계약이라고 파악하는 것은 어렵고 고용이나 도급의 성격이 혼재된 비전형계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2. 매니지먼트 계약 조항 속 귀책사유와 그 법적 의미

위에서 설명한 매니지먼트 계약에는 대부분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소속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며, 회사의 이미지나 사업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경우 즉 연예인에게 중대한 귀책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정산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법상 중대한 귀책사유에 대한 명시적인 정의는 존재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행위, 법률이나 사회질서를 위반한 행위, 그리고 매니지먼트사와의 계약 목적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중대한 귀책사유’로 평가됩니다.

연예인들이 최근 물의를 일으켜 범하는 음주운전, 마약투약, 성추문 행위들은 매니지먼트 계약상 연예인에게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특히 대중적 이미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예인의 경우에는 그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연예인의 위법행위나 사회적 일탈이 매니지먼트 계약상 중대한 위반 사유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지 않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함께 논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3. 신뢰를 잃은 전속계약, 계속될 수 있을까

연예인이 중대한 귀책사유를 일으켜 매니지먼트 계약의 목적을 더 이상 달성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매니지먼트사의 계약상 의무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이는 단순히 책임 유무를 따지는 문제를 넘어, 계약의 기초가 무너졌을 때 어떤 법적 효과가 따르는지 살펴보아야 할 사안입니다.

특히 음주운전, 마약 투약, 성범죄 등과 같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는, 연예인의 대중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며, 더 나아가 계약의 전제가 되는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활동 불능 상태에 빠진 연예인을 두고 매니지먼트사가 각종 기획이나 광고 유치 등의 업무를 지속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무의미할 뿐 아니라 회사 이미지에 손해를 입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계약의 본질적 목적이 달성 불가능해진 경우, 계약의 효력은 사실상 소멸되고, 소속사는 정당한 사유에 근거해 의무 이행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로 인해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다면, 계약에 따른 정산이나 손해배상 문제로 이어질 여지도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계약 해지의 권한이 오로지 매니지먼트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판례에 따르면, 연예인 스스로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본 사례가 존재합니다.

한 예로, 연예인인 갑이 매니지먼트사인 을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활동하던 중,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사건에서, 해당 계약은 계약 당사자 간의 고도의 신뢰를 전제로 성립·유지되는 관계라는 점에서, 신뢰가 근본적으로 깨진 경우에는 연예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전속계약에 따라 연예인이 수행해야 할 활동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개입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제3자가 대신할 수 없고, 자유의사에 반하여 전속활동을 강제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58237 판결).

따라서, 계약의 존속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가 무너진 경우에는 연예인 본인 역시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입장이 확인됩니다. 이처럼 매니지먼트 계약은 단순한 상행위가 아니라, 인격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특수한 계약관계로 이해되어야 하며, 해지의 판단 기준 또한 그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4. 맺으며: 계약의 본질은 결국 신뢰

매니지먼트 계약은 단지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업무 위탁 관계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신뢰·브랜드 가치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고도의 상호 신뢰 기반 계약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연예인이 중대한 귀책사유를 일으켰을 경우, 계약 해지와 매니지먼트사의 의무 면책은 법적으로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으며, 실질적인 손해가 입증될 경우 손해배상 청구 역시 가능합니다. 하지만 계약 해지의 권한이 소속사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뢰가 근본적으로 훼손된 경우, 연예인 역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이를 인정한 판례도 존재합니다.

법은 계약서를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계약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전제로 합니다. 그리고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 더 이상 일방에게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은 오늘날 연예계 계약 실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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