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의 신작도 나오기 힘들었던 고통스러운 3년의 코로나 기간을 거쳤다. 올해는 무려 33편의 작품으로 사상 최대의 창작 초연 작품의 출품이 이루어졌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진행된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창작 뮤지컬, 특히 창작 초연 뮤지컬은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위기 상황에서 유독 강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분야다.
평소에도 규모가 큰 내한, 라이선스 뮤지컬에 밀리면서 사실상 매우 작은 규모로 진행되거나 실험적 장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 이후 공연계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창작 초연 역시 그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올해만 하더라도 ‘일 테노레’ ‘천 개의 파랑’ ‘베르사유의 장미’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등 창작 초연 작품들이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이번 한국뮤지컬어워즈의 후보작들만 보더라도 창작 초연 뮤지컬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창작 및 라이선스 공연에 시상하는 작품상 후보(400석 이상)에는 라이선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컴프롬어웨이’ ‘킹키부츠’와 함께 창작 초연 뮤지컬인 ‘스윙 데이즈’와 ‘일 테노레’가 함께 노미네이트됐다. 400석 미만 부문에는 라이선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와 함께 창작 초연 뮤지컬 ‘긴긴밤’ ‘홍련’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일 테노레’는 이 시상식에서 총 12개 부문, ‘스윙 데이즈’는 총 10개 부문에 후보 지명됐다.
아직 수상 결과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호평을 받았던 내한 공연이나 라이선스 작품들, 해를 거듭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던 창작 뮤지컬들이 쏟아졌던 해였던 만큼 창작 초연 작품이 이들과 경쟁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성적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꼭 초연 작품이 아니더라도 그간 연말연시에는 해외에서 들여온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스윙 데이즈’ ‘마타하리’ ‘광화문연가’ ‘웃는 남자’ ‘명성황후’ 등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이 부쩍 늘어난 추세다.
물론 여전히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여전히 라이선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나마 올해는 기존 시즌을 거듭하며 회전문 관객을 두텁게 양성해 온 창작 뮤지컬들의 활약이 더해져 라이선스 뮤지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KOPIS기준)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에 따르면, ▲시카고(라이선스) ▲프랑켄슈타인(창작) ▲하데스타운(라이선스) ▲베르사유의 장미(창작) ▲영웅(창작) ▲킹키부츠(라이선스)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라이선스) ▲4월은 너의 거짓말(라이선스) ▲어쩌면 해피엔딩(창작) ▲살리에르(창작) 등으로 창작 초연 1개, 창작 재연 4개, 라이선스 초연 1개, 라이선스 재연 4개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 관계자는 “과거엔 한국 뮤지컬과 해외 뮤지컬의 간극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한국 뮤지컬 제작 능력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어떠한 변수에도 한국 창작 뮤지컬의 발전과 성장이 멈추지 않도록 업계의 과감한 도전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