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일(현지시간) 통화한 직후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무기를 줬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미국이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등을 포함해 주요 무기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최근 갑자기 중단한 것과 관련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에게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과 관련해) 아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 간 통화는 1시간가량 계속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한 배경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무기를 줬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그들을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바이든(전 대통령)이 그들에게 무기를 주느라 나라 전체를 털었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무기가)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미 국방 당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며 자체 비축분이 모자란다는 이유를 들었다. 외신들은 이번 지원 중단 결정을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주도했다고 전했다. 그간 콜비 차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고, 전략자산을 중국 압박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펼쳐왔다.
두 정상 간 통화에 대해 러시아 측은 “(푸틴이 트럼프에게)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우크라전에 대한 러시아측 표현)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며, 즉 현 상황과 대립에 이르게 한 모든 근본 원인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예고도 없이 전격적으로 단행된 무기 지원 중단에 우크라이나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덴마크 오르후스에서 열린 덴마크 및 유럽연합(EU) 정상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내일(4일) 혹은 수일 내에 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양국 정상 간 통화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고 전했다.
EU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확대를 약속하고 나섰다. EU 하반기 순회의장국인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않기로 한다면 우크라이나와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심각한 퇴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코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닌, 유럽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공백이 생긴다면 우리가 메워야 한다”고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역시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늘리고 유럽의 방위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명한 시그널이자 메시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대한 반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 해군 부사령관인 미하일 구드코프 소장이 전날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설치된 야전 본부에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가디언 등이 3일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구드코프 소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를 처형하거나 민간인을 살해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