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원전 2000년경 고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지역의 우르 왕조에서부터 시작된 수레바퀴의 발명은 자전거와 자동차에 이어 오늘날 자율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활의 모든 면을 지배하면서 인류사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도구로 진보했다.
오늘날 바퀴와 같은 존재는 인공지능(AI)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AI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산업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추세다. 이렇듯 21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공약하고 있다. AI에 100조원 투자, AI 인력 20만명 양성, 100조원 민관 합동 펀드 조성 등 공약이다.
하지만 각 후보자의 AI 공약엔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돼 있지 않아서 첨단산업의 기반인 AI 시대를 준비하기엔 미흡하기 그지없다.
지난 2011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행된 지식재산기본법은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AI 기술을 비롯한 인간의 모든 정신적인 창작물인 지식재산을 국가 생존전략으로 삼고자 하는 취지다.
이 법 시행의 가장 큰 실적이라면 좋은 기술이 있어도 돈이 없어 사업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지식재산을 담보로 하거나 투자 또는 보증한 금액의 누계가 10조원을 돌파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훌륭한 법과 제도가 있어도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심 부족으로 그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AI를 포함한 지식재산은 과학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식재산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그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바퀴와 같은 존재이다.
지식재산기본법에 따라 지식재산에 관한 최고 정책의결 기관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무총리와 민간 위원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일본법을 참고로 하였던 법 제정 당시, 일본의 총리대신은 우리나라의 국무총리가 아니라 대통령과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지식재산 정책이 모든 산업분야에 걸쳐 미래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므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확신한다. 이는 1965년부터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해 혁혁한 성과를 낸 실적을 참고로 하면 그 이유를 쉽게 판단할 수가 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국가 생존전략을 국무총리 직속 기구에서 결정하도록 방치해서는 AI에 100조원 투자도, AI 인력 20만명 양성도, 100조원의 민관 합동 펀드 조성도 결코 성공시킬 수 없다.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지식재산기본법을 개정해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종전과 같이 대통령 직속기구로 존치하되, 그 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맡도록 해 대한민국의 미래 첨단 산업의 육성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김명신 아시아변리사회 명예회장 mskim@mspa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