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합격의 기쁨에 들떠있던 그때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로 가득 찼던 그 시간이 지나, 엊그제 국가고시를 치렀다. 다행히 합격한 것 같아 또다시 기쁨에 휩싸여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치의학대학원에서 보낸 4년은 정말로 밀도 높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알차고 꽉 찬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마치 대단한 캠프에 길게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든다. 국가고시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선 지금, 지난 4년이 마치 다채로운 꿈을 꾼 것처럼 느껴진다.
선생님들께서 “제일 좋았던 시절일 거야”라며 재차 말씀하시던 그 “좋은 시절”도 이제 끝이다. 이젠 진짜 학생이라는 신분도 끝났다. 거친 사회로 나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지만,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러던 중 문득 이 칼럼이 떠올랐다. 치의학대학원에 합격하기 전부터, 다른 선생님들의 묵직한 주제같이 대단한 무언가를 쓸 엄두는 안나, 지식과 경험이 얕은 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기처럼 편안하게 써오던 이 치의신보 칼럼을 쓴 지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글솜씨가 뛰어나지도 않고 대단한 내용을 쓴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한번, 두번 써온 것들이 쌓여 모아보면 제법 많은 글들이 목록을 채우고 있다.
그래, 나는 꾸준한 사람이다. 꾸준함, 그것이 나의 가장 큰 힘이자 믿음의 원천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특별히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다. 반에서 일등을 한 적도 없었고, 학기 초에는 친구가 많지도 않았다. 하지만 항상 시간이 흐르고 헤어짐이 가까워질 즈음엔 주변에 기댈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 있었고, 하고자 했던 일들도 결국 이루어냈다. 그게 내가 잘해서였을까? 절대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그저 꾸준히 노력했을 뿐이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 더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겠지만, 그저 묵묵히 하던 대로 꾸준히 나아간다면, 그 끝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유일한 장점인 묵직한 엉덩이로 한자리에서 버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만의 영역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도 든다.
같이 4년을 걸어온 동기들도 마찬가지다. 이 치대에서 어떻게든 이겨낸 우리는, 끈질긴 생명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함께여서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그 생명력을 믿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앞으로 인턴으로 활동하든, 로컬클리닉에서 새싹 치과의사로 나아가든, 우리는 잡초처럼 강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사람들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바람에 흔들리고 가지가 꺾이는 일이 있더라도, 그 자리에서 꿋꿋이 버티기만 하면 미래는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 이 칼럼을 쓰는 것이 쑥스러워 친구들에게 숨기려 했지만 결국 들키고 말았다. 이제는 아마 그 친구들 중 몇몇이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꾸준한 사람, 끈질긴 사람이 되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뿌리를 깊게 내려 그 자리에 있는 게 당연한 풍성한 나무가 되어 다시 만나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