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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비전펀드 투자 기업들의 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약 3조 5000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뱅크가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를 발표하며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만큼 재무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12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3691억 엔(약 3조 5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서 1024억 엔(약 9700억 원) 흑자를 예상했던 것과 큰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전 분기 1조 1796억 엔(약 11조 2000억 원) 흑자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비전펀드 투자 사업에서 3527억 엔 적자가 난 것이 전체 손실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고토 요시미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전펀드의 주요 투자처인 한국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과 중국 차량 호출 앱 업체 디디추싱의 주가가 부진했고 환차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017년 비전펀드를 설립한 후 투자 기업의 가치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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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소프트뱅크그룹의 실적은 AI 사업 성과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소프트뱅크그룹은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서 오픈AI·오라클과 함께 AI 합작사 ‘스타게이트’를 만들고 미국 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데이터센터용 전력 시설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스타게이트 참여 기업들이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투자하고 나머지 4000억 달러(약 581조 원)를 향후 4년간 투입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 밖에도 소프트뱅크그룹은 일본 AI 사업에 매년 4500억 엔(약 4조 3000억 원)씩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단기간에 단행하면 소프트뱅크그룹의 재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프트뱅크는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 마련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전체 투자액의 10%를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이 지분으로 출자한 뒤 나머지 투자액 대부분을 PF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토 CFO는 “보통 PF구조는 발전소나 통신, 생산라인 생각하지만 인프라에서도 가능하다"며 “대출자와 투자자들 끌어들여 프로젝트 별로 자금을 모으면 소프트뱅크그룹의 부담은 10~20%로 매우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재무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노무라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의 시가순자산(NAV)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29조 6000억 엔(약 280조 원)에 이른다.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암(ARM)의 주가가 상승한 덕분이다. 보유한 유동성 자산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3조 8000억 엔(약 36조 원) 수준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준으로 평가된다.
재무 외의 변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달 1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에 974억 달러 인수를 제안한 것이 소프트뱅크의 AI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머스크가 오픈 AI의 영리화 방침에 제동을 걸고 있어 AI 투자 확대를 추진하는 소프트뱅크에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