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철수 20년 만에 재점령하나···“점령 계획 준비”

2025-03-25

최근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한 이스라엘군이 20년 만에 이곳을 아예 재점령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팔레스타인 주권국가 수립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으로 여겨져 온 ‘두 국가 해법’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을 지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이스라엘 극우들이 숙원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최근 가자지구 점령을 위한 작전 계획을 작성해 내각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자지구 전역에 전투사단을 투입해 하마스 잔당을 완전히 진압한 뒤 군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쥐겠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다. 최근 부임한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극우 정치권의 지원 속에 점령 계획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 대부분의 지역을 비워 220만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남서부 알마와시에 강제 이주시키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됐다. 알마와시는 이스라엘군이 이른바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한 해안가의 작은 마을로, 황무지에 가까운 약 14㎢ 면적에 피란민들을 위한 텐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텐트 외에 기반 시설이 전무해 이곳에 내몰린 주민들은 식량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는 사실상 생존이 불가능하다. 강화도 크기와 비슷한 365㎢ 면적에 220만명 넘게 살고 있어 가뜩이나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가자 주민들을 전체 면적의 3%에 불과한 더 비좁은 땅으로 몰아넣겠다는 얘기다. 이스라엘군은 이곳에 수용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필요한 구호식량의 열량 규모까지 계산해 둔 상태라고 FT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가자지구를 점령했으나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2005년 이곳에서 군과 유대인 정착촌을 철수했다. 그러나 분리장벽을 쌓아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아예 봉쇄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려 왔다.

이스라엘군이 ‘극우의 망상’ 정도로 취급됐던 가자 재점령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엔 트럼프 정부 출범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가자지구를 재점령하거나 민간인을 이주시킬 뜻이 없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극우세력에 힘이 실리면서 기류가 변한 것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공감대를 이룬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에 반대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리 두 명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로 이런 계획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영구적으로 이주시키고 이곳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며 국제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전쟁 중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것은 국제법상 인종청소에 해당하는 전쟁 범죄라는 비판이 거셌으나, 이후에도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이 수단·소말리아 등을 가자 주민들의 정착지로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이스라엘 내각은 전날엔 가자 주민들의 이주를 추진하는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이른바 ‘트럼프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국방부 계획을 승인했다. 미 CNN은 이스라엘 내에서도 극우파들의 숙원에 그쳤을 뿐, 인종청소 논란으로 실행되기 어려웠던 극단적인 구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 속속 구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런 계획이 네타냐후 총리가 해임한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과 최근 사퇴한 헤르지 할레비 전 참모총장이 주도했던 전쟁 수행 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해 가자 여러 지역을 반복적으로 공격한 뒤 철수하는 ‘치고 빠지는’ 작전을 해왔을 뿐, 점령을 목표로 삼지는 않았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미국의 이전 행정부는 ‘전쟁 종식’을 원했지만, 트럼프는 ‘전쟁 승리’를 원한다”면서 “미국 역시 하마스를 꺾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고 FT에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