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이 연이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부터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건전성 악화 등 업계 안팎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에 대해 업계는 우려할 만큼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카드론 확대 배경으로 지목된 신용판매 실적 부진 대책 마련이 그보다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9개 카드사(롯데, BC,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42조7309억원보다 약 25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카드업계 카드론 잔액 규모 우상향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해 매달 최고 기록을 경신해왔다. 지난해 9월 41조6870억원으로 전월 대비 소폭 감소해 상승세가 멈춰서는 듯 했지만 이듬달 42조2202억원으로 반등했다. 지난해 12월에도 42조3873억원으로 11월보다 카드론 잔액 규모가 줄었으나, 올 1월 42조7310억원까지 증가하며 다시 최대 기록을 세웠다.
카드론은 카드사가 제공하는 대출 상품으로, 주로 중저신용자들이 이용한다. 실제 카드사들은 은행권보다 낮은 500점 초과 600점 이하 신용점수를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론을 제공하고 있다. 또 대출 조건에서 보증이나 심사과정 등이 없기 때문에 소위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업계는 카드론 증가 요인으로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카드사에 쏠린 것을 꼽는다. 실적 정체 고민에 빠진 카드업계가 카드론 활성화로 이자수익을 도모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카드론 활성화가 카드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신용자보다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카드론을 확대할 경우 연체율 증가로 경영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간의 카드론 확대로 건전성 악화가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19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1.65%로 전년보다 0.02%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39조2121억원에서 42조3878억원으로 8.1% 늘어난 카드론 규모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건전성 지표인 대손충당금 적립률 평균도 같은 기간 108.1%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모든 카드사가 100% 이상을 기록하며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말 2금융권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를 위한 카드론 관리 목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속 증가하고 있는 카드론 잔액 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며 "향후 카드사들은 제출한 목표 수량에 맞춰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이같은 카드론 규모의 증가가 본업인 신용판매 실적 감소와 맞물려 있다는 것을 더 주목하고 있다. 카드론를 통해 거둔 이자수익이 현재 신용판매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카드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총량 규제 등으로 카드론 수익성 확장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용판매 실적 부진에 대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