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가득 니켈, 18만톤 넘겨 '19년 이래 처음
2차전지 불확실성 가중… 1만5천 달러 박스권
러 제재 해제 시, 광물 유입·공급 과잉 심화
포스코·CNGR, 니켈 합작법인 설립 손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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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니켈 가격은 전주 대비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그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던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년 사이 173% 이상 증가한 니켈 재고도 가격 하방 압력을 더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전 협상으로 러시아산 비철금속이 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차전지를 둘러싼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자, 포스코그룹은 니켈 정제 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월 18일 런던금속거래소(LME) 니켈 현물 가격은 톤당 1만5135달러, 3개월물은 톤당 1만5360달러로 집계됐다. 현물, 3개월물 모두 전일 대비 각각 185달러, 210달러 하락했다. 지난 2월 10일부터 18일까지 니켈 가격이 상승한 날은 7거래일 중 2거래일(12, 14일)에 그친다.
LME 니켈 재고는 18만톤이라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12일 17만5806톤이던 니켈 재고는 익일 5094톤 늘어 18만900톤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상승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18일 기준 니켈 재고는 18만9516톤에 달했다. LME 니켈 재고가 18만톤을 넘은 것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월 18일 LME 니켈 재고가 6만9438톤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173% 불어난 셈이다.
한때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광물로서, 톤당 2만 달러에 거래되던 니켈은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몇 달째 1만5000달러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80개국(중국 제외)에 판매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는 약 601만대로 2023년보다 6.1% 늘었다. 그러나 판매량 증가율이 한 자릿수인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7년 이래 처음이다. 삼성선물은 이러한 이유로 올해 니켈 평균 가격을 1만6000달러대로 제시하기도 했다.
올 초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다소 주춤한 것도 이번 니켈 가격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로 모션(Rho Motion)에 따르면, 2025년 1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43% 감소했다. 그간 유럽과 북미 등에서 전기차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때 중국 홀로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인 것과 대조되는 지표다.
중국은 지방정부 부채난, 장기화한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지난해 7월부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구환신(以舊換新)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 소비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속에 소비 심리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시 러시아산 금속에 가해진 조치가 해제될 수 있기 때문에 니켈 등 비철금속 시장에 가격 하방 압력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심상치 않다.
이미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산까지 추가되면 니켈 가격 하방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니켈 매장량(2022년 기준)은 890만톤으로 세계 9위이고,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3위다.
니켈 가격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국내 기업들의 2차전지 관련 투자도 속도 조절하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중국 기업과 협업해 추진하던 니켈 정제사업을 접기로 했다. 회사는 지난해 5월 포항에서 대대적으로 착공식까지 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캐즘이 장기화하고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정책 향배를 예측할 수 없게 되자, 사업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1일 주주총회에서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의 해산을 결의하고, 청산인 선임을 통한 청산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와 중국 CNGR(중웨이·中偉)이 각각 6대 4로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니켈 정제 법인이다. 당초 회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국내에서 고순도 니켈을 생산해 이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체인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회사 측은 이번 결정을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니켈 사업과 병행 추진했던 CNGR과의 전구체 합작 사업은 포스코퓨처엠 주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