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호는 임대라네요"…강남 아파트 단톡방서 공유된 '배치표'의 민낯

2025-12-13

서울 강남권의 한 대단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입주민 단체 채팅방과 지역 커뮤니티에서 ‘임대 세대 좌표 찍기’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서울시가 2021년부터 소셜믹스(분양·임대 혼합 배치)를 의무화했지만 임대 세대를 향한 편견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1년부터 단지 안에 임대주택을 골고루 섞어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처럼 임대동을 따로 두거나 커뮤니티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이 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동·층별로 임대를 분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최근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 단지의 동·호수 배치표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단톡방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람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해당 배치표에는 조합원·임대·분양·보류지 등이 색상으로 구분돼 있어 사실상 임대 세대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치표 공개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근거로 ‘이 동은 임대가 많다’, ‘고층에 임대 넣은 건 분양가 주민을 우롱하는 것’ 같은 글이 잇따르고 있다. 입주도 시작되기 전에 임대 세대에 대한 조롱과 낙인이 찍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내년 1월 입주 예정인 잠실르엘은 총 1865가구 중 198가구가 임대로 공급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서울시 신혼부부용 공공임대 ‘미리내집’으로 배정돼 이달 입주자를 모집 중이다. 전용 59㎡ 전세금이 8억 4240만 원 수준으로 시세 대비 약 30% 싸지만 결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단톡방에서는 “민도 떨어진다”, “프리미엄 단지의 품격이 무너진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고가 단지일수록 생활 수준, 커뮤니티 정체성 등을 이유로 균질성을 강조하며 임대 세대 유입을 불편해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인식은 재건축 현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월 잠실주공5단지에서는 ‘한강뷰 임대주택’ 배치가 논란이 되며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가 “소셜믹스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사업 심의를 보류하기도 했다. 조합이 저층·비선호 동에 임대를 몰아넣으려 하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후 조합은 배치를 수정했으나 일부 조합원들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반발을 이어갔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도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조합장이 ‘전 조합원 한강뷰’를 약속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서울시로 기부채납되는 전용 59㎡ 16가구가 한강변 라인에 배치되면서 조합원 조정 배치가 뒤바뀌었고 결국 조합장이 해임되는 사태로 번졌다. 기부채납 물량은 향후 공공임대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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