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쿼터 완화에도 우려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K리그 경쟁력 저하, 결국 일정과 돈 문제

2025-11-26

한때 아시아 클럽 축구의 최강자였던 K리그가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2020년 울산 현대(현 울산 HD)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5년째 정상 탈환에 실패했고, 최근에는 8강 진출만으로도 선전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최근 10년을 보면 K리그는 2016년 전북 현대, 2020년 울산 단 두 차례를 제외하면 일본이 3회, 사우디아라비아가 3회, 아랍에미리트가 1회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21년 이후로는 K리그 팀의 우승이 한 차례도 없다.

현재 ACL 엘리트, ACL2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국내 팬들의 관심은 시들하다. K리그1 파이널라운드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 ACL 경기가 겹치면서 구단들은 리그와 아시아 무대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처지다. 동아시아 팀들끼리 맞붙는 일정에서는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내년 서아시아 강호들과의 본격적인 대결을 앞두고 구조적 한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K리그는 2026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폐지한다. 원하는 만큼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경기당 벤치에 들어갈 수 있는 외국인은 5명까지, 경기장에서 동시에 뛸 수 있는 외국인도 5명까지로 제한된다. 반면 사우디나 동남아 일부 리그는 외국인 제한이 거의 없어 한 경기에 7~8명 이상 외국인 선수를 필드에 동시에 투입하기도 한다. K리그는 여전히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 숫자가 묶여 있는 셈이다.

포항 스틸러스 이종하 단장은 “지난 시즌까지는 상대적으로 재정 여유가 있는 팀도 ACL에서 외국인 선수 활용이 국내 규정으로 제한당한 면이 있었다면, 이제 그런 제한이 없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울산 구단 관계자는 “모든 구단이 가진 예산은 제한적”이라며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도드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FC가 2023~2024시즌부터 클럽대항전을 추춘제로 전환하면서 9월 개막부터 이듬해 5월 결승까지 진행되는 일정이 K리그 하반기 스플릿, 강등 싸움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는 K리그 팀들이 ACL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이종하 단장은 “추춘제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ACL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여러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추춘제 전환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FC 김병지 대표이사는 “혹한기, 혹서기에 휴식기를 둔다면 시작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지 일정이 크제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지자체나 기업은 1월부터 12월까지 회계연도로 예산을 편성하는데, 추춘제로 전환하면 시즌이 두 해에 걸쳐 진행돼 예산 배정과 정산 방식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행정적 준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가장 큰 격차는 재정 문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스포츠·관광·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육성하는 국가 전략 ‘비전 2030’을 추진하면서 스포츠 산업 전반에 8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 프로리그 클럽들은 2023년 여름 이적시장 한 번에만 약 1조3000억 원의 이적료를 썼고, 이는 전년 대비 2000%가 넘는 증가율이었다.

반면 시도민 구단이 많은 K리그는 자체 수익 한계와 재정 제약으로 선수단 보강에 한계가 있다. 김병지 대표이사는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중계권료 부분”이라며 “중계권료 수익을 구단 전체 예산의 1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재정 제약은 스쿼드 뎁스 부족으로 이어진다. 두터운 선수층 없이 리그, 컵, ACL을 동시에 소화하면 주전 과부하로 부상이 누적되고, 로테이션을 돌리면 전력이 급락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종하 단장은 “가장 현실적이고 즉각 시행 가능한 방안은 일정 조정, 특히 주중 해외 원정에서 이어지는 주말 K리그 경기의 일정 조정”이라고 제안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우선순위는 인프라 구축”이라며 “잔디 문제는 선수의 경기력과 직결되므로 연맹,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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