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올해도 국방예산을 지난해보다 7%대 늘려 군사력 증강 방침을 재확인했다. 경기하방 압력이 크고 무역·관세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등 대내외 환경이 엄중한 와중에도 중국은 군사력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리창 총리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 국방비 지출을 지난해 대비 7.2% 증가한 1조 7800억 위안(약 357조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민해방군의 ‘100주년 분투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2년 11월 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2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 국방비는 지난 30년간 해마다 최소 6.6% 이상 늘려 왔으며, 시 주석 집권 이듬해인 2013년 7200억 위안에서 올해 1조 7800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특히 오는 2027년까지 대만을 무력 통일하겠다는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를 설정한 2020년 이후 국방비 증액 추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2022년 7.1% 늘어난 데 이어 2023년부터는 해마다 7.2% 늘렸다.
상황이 이런 만큼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친미·독립 성향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만을 향한 군사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중국군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최소 3차례 실시해 대만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공식 발표된 예산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실제 국방 지출을 3300억~4500억 달러(약 480조~655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공식 발표된 예산의 1.5~2배에 이른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국방비를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의 한 해 국방예산이 미국(약 8500억 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탓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예산 감축과 인력 조정을 이유로 5년간 국방예산을 8% 삭감할 방침을 밝히면서 미·중 국방비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