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관세 이렇게 맞서라…"주한美기업 낸 세금 고작 1.3%"

2025-02-27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애플 아이폰을 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가 깔린 PC를 켜고, 구글 검색창을 넘나든다. TV는 넷플릭스에 고정한다. ‘전기차’ 하면 테슬라부터 떠오른다. 테이프는 3M, 햄버거는 맥도날드, 면도기는 피앤지(P&G) 질레트가 익숙하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땐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미국’ 제품에 둘러싸인 한국인의 일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붙인 ‘무역 전쟁’ 시대를 맞아 중앙일보가 주한미국기업의 실적과 ‘그늘’을 들여다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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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한국에 진출한 주한미국기업 ‘빅 20’의 최근 3년(2021~2023년) 경영 실적과 납세·고용·기부 현황을 분석했다.

빅 20은 MS·애플·넷플릭스·구글·IBM·오라클·델 등 ‘빅 테크’ 7곳, 테슬라·GM·쓰리엠·오티스엘리베이터·시스코시스템즈 등 제조사 5곳, 나이키·맥도날드·P&G·필립모리스 등 유통사 4곳, 화이자·MSD 등 제약사 2곳, 라이나생명·AIG손보 등 금융사 2곳의 한국 법인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 1위인 경우가 많고, 적어도 ‘톱10’에 드는 미국 대기업들이다.

27일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한미국기업 빅 20의 국내 매출은 2021년 32조7709억원에서 2022년 37조9482억원, 2023년 42조61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825억원→1조6948억원→3조2703억원으로 급증했다. 20곳 중 2년 새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이 13곳(65%)이었다.

반면 20곳이 낸 법인세는 2023년 기준(이하 동일) 5573억원에 그쳤다. 매출 대비 법인세 비중으로 따지면 1.3%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 9조6706억원을 기록한 ‘토종 기업’ 네이버는 법인세 4964억원을 냈다(매출 대비 법인세 비중 5.1%). 빅 20의 고용(근로자 수)은 제조·유통업체를 제외하면 AIG 352명, 화이자 432명, 테슬라 478명으로 집계됐다. 기부액은 구글 5000만원, MS 7678만원을 기록했다. 애플·넷플릭스 등 8곳은 기부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이 현지에서 대규모 납세는 물론 고용, 기부에 적극적인 것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수치로 드러난 실적 외에 단골로 지적하는 미국 빅테크 업체의 매출 축소, 탈세 의혹이나 유통업체가 본국으로 거둬가는 로열티까지 고려하면 주한미국기업이 한국에서 ‘책임 경영’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납세 규모가 작을 수 있지만) 미국 회사들은 법을 잘 지킨다고 자신한다. 미국은 특히 세금 문제에 대해선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상대국을 압박하며 입버릇처럼 “(한국을 비롯해) 대(對)미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한다. 단순히 무역 흑자만 놓고 보면 맞는 얘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67억 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의 글로벌 기업도 한국에서 (드러난 것만 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유·무형 이익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구글·메타·넷플릭스 등이 직면한 국내 플랫폼 규제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무력화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한국의 플랫폼 규제를 비판하는 근거로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산 수입 확대’ 말고는 트럼프 압박에 대응책이 궁색한 한국 정부로선 주한미국기업의 ‘그늘’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학부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그동안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고용을 많이 한다’는 수세적 논리에 집중했다면 향후 협상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미국 기업에도 한국이 중요한 시장이고, 한국에서 큰 이익을 거둔다’는 식의 공세 논리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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