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야리나오시

2025-02-07

요즘 일본에서 가장 큰 이슈는 후지TV 성상납 의혹이다. 국민적 아이돌 SMAP 출신 나카이 마사히로와 여성 아나운서 사이의 ‘트러블’이 계기가 됐는데 개인적인 트러블이 아니라 후지TV의 관여 가능성이 지적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나카이는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고 광고가 줄줄이 끊긴 후지TV는 사장과 회장이 사임했다.

특히 1월 27일에 열린 ‘야리나오시 회견’이 주목받았다. 이례적인 10시간을 넘는 기자회견이었기 때문이다. ‘야리나오시’는 사전적으로는 ‘다시 고쳐하기’라는 뜻이다. 먼저 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영상 촬영을 금지하고 참가 매체를 제한하는 등 폐쇄적인 태도를 보인데 대한 비판으로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4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참가했다.

나카이는 여성 아나운서와 ‘트러블’이 생겨 여성에게 9000만 엔을 지불했다고 보도됐다. ‘트러블’의 내용은 성폭행이다. 일본에서 ‘트러블’이라고 신중하게 보도하고 있는 것은 아직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인데 ‘트러블’이라는 말로는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이 전달이 안 된다. 한국에서는 ‘성상납 의혹’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나는 방송 담당 기자였던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처음부터 개인적 트러블이 아니라 후지TV가 관여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여성 선배는 후지TV의 회식 자리에 불려서 갔다가 장소가 개인 집이었고 거기엔 후지TV 직원 남성 1명만 있었다고 한다. 도망쳐서 피해는 없었지만 위험한 상황이었다. 회사 차원에서 항의했다고 한다. 남성 선배는 후지TV 회식 자리에서 “아나운서 부를까요”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성상납까진 아니더라도 출연자나 기자를 접대하는 자리에 아나운서를 부르는 일은 있었던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후지TV가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지적 받은 후였다는 점이다. 후지TV의 주주인 미국 펀드가 후지TV에게 조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2023년에 드러난 쟈니 키타가와의 성착취 문제도 영국 BBC가 다큐멘터리 ‘포식자: J-POP의 비밀 스캔들’을 공개하면서 공론화됐다. 쟈니 키타가와는 일본의 기획사 쟈니스사무소의 설립자이며 일본 연예계의 ‘대부’ 같은 존재였다.

한국에서는 2018년에 #미투 운동이 퍼졌지만 일본에서는 뒤늦게 이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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