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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오전 트루스소셜에 “오늘은 중요한 날. 상호관세!!!”라며 상호관세 부과를 알렸다. 상호관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개념이다. 각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가 거의 없지만, ‘비관세 장벽(NTB)’까지 고려하면 트럼프식 상호관세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어 전체 거래 품목의 98%에서 상호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작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더 있다. 비관세 장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단순한 관세 맞추기를 넘어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관세율을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은 보조금이다. 각국은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 이는 수입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관세 부과 효과를 낸다. 미국이 한국의 보조금을 문제 삼은 사례는 이미 있다. 2023년 9월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조금으로 간주해 현대제철·동국제강의 후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한국 정부와 이들 기업은 “전기는 보편적 재화로, 정부 지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제소했고, 국제무역법원은 1년여 검토 끝에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발표하는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 산업은행의 저리 대출을 보조금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해 보고서엔 2021년 발의된 글로벌 콘텐트 기업의 망 사용료 부과 법안도 포함됐다. 미국은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각국의 규제에도 불만을 드러낸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는 최근 청문회에서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이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고, 야당은 한층 강화된 온라인플랫폼규제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를 통상 이슈로 끌어올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조금, 기술 장벽과 환경 규제, 위생·검역 조치 등도 널리 활용되는 비관세 장벽이다.
한국은 상호관세 위협에서도 완전한 안전지대가 아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660억 달러로, 국가별 규모에서 9위를 기록했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명분 삼아 상호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의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자동차 등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발의한 상호무역법에 따라 비관세 장벽을 어떻게 측정하고 관세 상당치로 매길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호관세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국가에 불균형 해소 방안을 요구하는 압박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박종원 통상차관보가 오는 17일 워싱턴DC에서 상무부, USTR 등 관계자를 만나 트럼프 2기 통상 정책과 한·미 무역 활동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DC에 파견하는 통상 고위 당국자다. 박 차관보는 또한 조만간 추진될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방미 일정도 조율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