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42)의 상원 입성이 점점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플로리다에 지역구를 둔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차기 행정부 국무장관에 지명되면서다. 루비오 장관 지명자는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전에 상원의원직에서 사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대한 상원 인준이 통과될 경우 공석이 되는 플로리다 상원의원 자리를 라라 트럼프가 채워야 한다는 의견이 공화당 내에서 커지고 있다.
루비오 지명자가 상원의원직을 내놓게 되면 2년 뒤인 2026년 치르는 특별선거(보궐선거)까지 그를 대신할 후임자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18일(현지시간) 루비오 상원의원 후임자 이슈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공약 이행을 돕고 이민과 국경 안보에 강하며 검증된 성과를 거둔 사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원의원 공석시 후임자 임명권 주지사에
‘라라 승계론’을 놓고 플로리다를 지역구로 둔 또 다른 상원의원 릭 스콧이 “라라가 디샌티스 주지사가 선택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케이티 브릿 상원의원(앨라배마) 등 공화당 중진 상당수가 이미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트럼프와 한때 경쟁했던 디샌티스 주지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친트럼프 성향 보수 매체 뉴욕포스트는 이날 디샌티스의 성명을 두고 “라라 트럼프가 루비오 빈자리에 임명돼야 한다는 여러 요구에 대한 디샌티스의 답변”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UNC)를 졸업한 뒤 CBSㆍ폭스뉴스 등에서 프로듀서로 일한 라라는 트럼프의 차남 에릭 트럼프(40)와 결혼해 두 명의 자녀를 뒀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선거자금 모금을 총괄하며 돈줄을 쥐는 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을 꿰찼다. 트럼프가 ‘금고지기’라는 중책을 맡길 만큼 신뢰가 깊다는 평이 나온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장녀 이방카 트럼프(42)가 했던 역할을 라라가 대신하는 것이라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트럼프 총애…‘시아버지 찬스’ 비판도
그래서 얻은 별명이 ‘트럼프의 비밀병기’다. 라라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 무대에 올라 시아버지를 “담대한 사자”에 비유하며 열정적인 찬조연설을 해 트럼프의 핵심 참모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정계 진출이라는 오랜 꿈을 이뤄가고 있는 라라를 두고 당 안팎에선 ‘시아버지 찬스를 쓴 낙하산’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라라는 상원의원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능하다면 플로리다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갖고 싶다”며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 의제와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4년 계획을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디샌티스 주지사와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교통장관에 ‘충성파’ 숀 더피 지명
트럼프는 이날 교통장관에는 숀 더피(53) 공화당 전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더피는 국가 인프라를 유지ㆍ재건하고 안전ㆍ효율ㆍ혁신에 초점을 맞춰 운송의 황금기를 여는 미션을 완수할 것”이라고 했다.
더피 전 의원 역시 다른 부처 수장 지명자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충성파’로 꼽힌다.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7년 이슬람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발동돼 논란이 일자 “90일 동안 잠시 멈추는 것뿐이다”며 정부 정책을 엄호했다. 위스콘신주 검사 출신으로 2011~2019년 하원의원(위스콘신)을 지냈다.
지난해부터는 폭스비즈니스의 TV쇼 ‘더 바텀 라인’ 공동 진행자로 활동해왔다. 이로써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에 이어 친트럼프 성향 폭스 계열 TV 진행자 출신으로는 두 번째 국무위원 후보자로 선택됐다.
재무장관에 케빈 워시 급부상
한편 트럼프 2기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막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케빈 워시(54) 전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이사가 급부상하고 있다/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워시를 재무장관에,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62)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에 지명하는 조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경제위원장에는 케빈 해싯 전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도 거론되고 있다.
베센트는 당초 재무장관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퍼스트 절친(First Buddy)’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 베센트 대신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인 하워드 러트닉 지지를 밝히고 공개적으로 밀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베센트와 러트닉 지지 세력 간에 첨예한 물밑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센트와 러트닉의 치열한 경합을 ‘칼싸움’으로 묘사해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가 화가 났고 아예 제3의 후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면서 워시 전 이사와 함께 월스트리트 억만장자 마크 로완이 물망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주일미국대사 출신에 한때 국무장관으로 거론됐던 빌 해거티 연방 상원의원(테네시)도 후보군에 올랐다. 트럼프는 이번 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 후보자들을 불러 면접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자 추방에 군 동원’ 글에 “사실”
한편 트럼프는 내년 1월 대통령직 취임 직후 계획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에 군을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날 보수 성향 법률단체 ‘사법 감시’를 이끄는 톰 피턴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통해 ‘조 바이든의 침공’(이민자 다수 유입을 의미)을 뒤집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준비가 돼 있으며 군사자산을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고 쓴 글에 “사실이다(TRUE)”는 댓글을 달았다.
앞서 지난 10일 캐럴라인 레빗 정권 인수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서명할 수십 개 행정명령을 정책고문들이 작성하고 있다”며 “취임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