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기기에서 AI 연산 수행
해킹 위험 줄고 배터리 최적화
플랫폼이 아닌 에지 허브 중심
음성 명령을 통해 동작 제어
삼성전자 볼리 등 AI 로봇 ‘눈길’
대기업 위주 서비스 개발 심화
정부 주도 중소기업 지원 필요

[정보통신신문=성원영기자]
스마트홈 시장이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와 결합하며 한층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홈은 원격 제어, 자동화 등 디지털 기술을 주거환경에 적용해 생활의 편의성을 높인다. 특히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로,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에서 한 단계 도약
스마트폰이나 가전에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AI가 탑재됐지만, 이제는 생성형 AI까지 개별 기기에서 실행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보안성 제고 △응답 속도 향상 △안정성과 신뢰성 △저전력 소비 △경제성 등의 이점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스마트홈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62억7000만달러에 달하며, 약 1125만 가구가 스마트홈 기기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이 2023년 1348억달러에서 2028년 231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홈 산업은 △지능형 가전 △홈헬스케어 △홈시큐리티 △홈에너지 등 주요 분야로 구성된다.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지능형 가전은 환경 정보를 수집해 자동 제어 및 관리하는 기기로, 사용자의 생활방식을 학습하고 최적화한다.
홈헬스케어는 가정 내에서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분석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로, AI 기반 헬스케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홈시큐리티는 스마트 보안·화재 감지·출입 시스템 등 다양한 센서를 활용해 주거 환경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며, 홈에너지는 스마트 조명·스마트 플러그 등 실시간 에너지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포함한다.
기존 스마트홈 시스템은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네트워크 의존도를 줄이고 실시간 대응과 개인 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특히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와 연결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해킹 위험이 줄어든다. 또한 데이터 전송 과정이 생략되면서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통신 비용과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홈 시스템은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적이며,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지연이나 보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자체에서 지속적으로 학습·추론해 사용자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스마트홈 시장의 확산에는 글로벌 표준 ‘매터(Matter)’의 도입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매터는 스마트홈 기기 간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통합 프로토콜로, 2022년 스마트홈 국제표준단체(CSA)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과 협력해 출시했다.
매터는 다양한 브랜드의 스마트홈 기기를 단일 플랫폼에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 생태계 개방성을 확보했으며, 높은 보안성을 갖추고 있다. 온디바이스 AI와 매터 표준이 결합하면서 스마트홈 기기는 더욱 효율적이고 지능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생성형 AI와 융합을 통해 시장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집안 가전 AI 로봇 집사가 관리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가전에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CCTV에는 용도에 맞는 AI 엔진이 적용돼 출시되고 있다. 산업용 기기에도 분야별 맞춤형 AI 모듈이 온디바이스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 각광받는 분야로 스마트홈의 에지 허브 장치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홈 기기들의 관리 및 제어, 사용자의 인증 및 인터페이스 처리가 클라우드에 있는 플랫폼이 아닌 에지 허브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에지 허브를 활용하면 기존에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개별 기기들을 제어하는 것과 달리, 음성 명령을 통해 스마트홈 기기들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동작을 제어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AI로봇 ‘볼리(Ballie)’, LG전자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도 스마트홈을 위한 에지 허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볼리’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일정 관리, 가전 제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홈 AI 로봇이다.
삼성전자는 두 개의 프로젝터를 탑재해 근접 투사와 원거리 투사를 자유롭게 지원하는 이동식 로봇 프로젝터로 올해 상반기 국내 출시 예정이다.
볼리는 집안을 빠르게 자율주행하며 카메라로 집안 곳곳을 인식할 수 있다.
가전을 연동해 스마트하게 관리하며 사용자의 상황에 맞게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어린이, 노인, 반려동물의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면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멀리 있는 가족에게 영상을 보내 소통을 돕는다.
볼리는 환경을 파악해 바닥, 천장 등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 어디에든 필요한 콘텐츠를 최적화된 크기로 투사한다.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음악을 틀어주고 업무를 도와주는 등 비서 역할도 수행한다.

LG전자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스마트홈 허브를 포함해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는 만능 가사생활도우미 역할을 수행한다.
두 다리에 달린 바퀴와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집안 곳곳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음성·음향·이미지 인식 등을 접목한 멀티모달(Multi Modal) 센싱과 첨단 인공지능 프로세스를 토대로 사용자의 상황과 상태를 정교하게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소통한다.
제품에 탑재된 카메라, 스피커, 다양한 홈 모니터링 센서는 집안 곳곳의 실시간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전 제어에 도움을 준다.
사용자는 집 밖에서 원격으로 반려동물을 모니터링하며 특정 공간에만 조명을 켜거나 에어컨을 가동시킬 수 있다. 또 불필요하게 작동하는 가전을 제어하고 외부침입 등 이상상황이 발생했다는 정보를 스마트폰 알람으로 받는다.
글로벌 기업과 AI 스타트업 협업
스마트홈 시장이 온디바이스 AI를 기반으로 발전하면서 실시간 데이터 중심의 저전력·경량화된 AI 제품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온디바이스 AI 기술은 지능형 반도체 개발이라는 후방 산업에 집중돼 있고, 서비스는 일부 대기업 위주로만 개발 중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온디바이스 AI의 특성상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및 경량화된 생성형 AI 모델까지 필요한데, 이러한 조건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및 시장 진입의 장벽을 높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은 자원, 인력 및 네트워크 부족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미흡한 실정으로,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지원, 전문가 양성, 제품화 지원 및 집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 해결 카드를 꺼내든 건 중소벤처기업부다.
중기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초격차 AI 스타트업 레벨업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기업과 AI 스타트업의 협업을 도모하는 ‘AI 초격차 챌린지’를 추진 중이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프로그램에는 LG전자, 인텔(Intel)이 참여한다.
올해 협업 분야는 △스마트 TV (올레드 TV·QNED TV)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이어폰·스피커 등 (블루투스 이어폰·사운드바 등) △IT 기기(노트북·모니터·프로젝터) △디지털 사이니지(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 △생활 중심의 스마트 가전(냉장고·세탁기 등) 등 총 6가지다.
올해 지원 규모는 총 15개사로 LG전자와 공동으로 평가해 선정한다.
이번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AI 모델 개발·개념증명(PoC) 등에 필요한 협업자금을 최대 1억원까지 증액해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LG전자에서는 사업부 매칭과 PoC 기획 협력, 기술개발 등을 지원하고, 인텔에서는 개발 툴킷, AI 칩 활용 교육 등을 제공한다. 협업 수행 결과 성과가 우수한 스타트업의 AI 기술은 LG전자의 디바이스에 탑재해 매출까지 확보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