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시장 침체에도 연구개발 힘준다…"캐즘 이후 정조준"

2025-03-24

전기차 시장 침체 속 조직 개편

R&D 투자 비중 4% 첫 돌파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음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캐즘 이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R&D 투자 강화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연구개발(R&D)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김동명 대표이사 사장 산하에 있던 미래기술센터를 CTO 산하로 재이관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래기술센터는 제품의 R&D를 비롯해 양산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챙기는 조직이다. 지난해 대표이사 산하로 이동했었지만, 해당 조직이 기반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해 다시 CTO 아래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변화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센터장은 1967년생 정근창 부사장이 맡는다.

CDO 산하에 있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개발해 업무에 적용하는 'AI/빅데이터센터'가 'AI/빅데이터 그룹'으로, 제조지능화센터가 '제조DX그룹'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AI/빅데이터 그룹장은 전 AI솔루션 담당이었던 김영훈 상무가, 제조DX그룹장은 제조데이터 솔루션 담당이었던 김민수 상무가 각각 맡는다.

특히 제조DX그룹은 스마트팩토리 구축 최전선에 있는 조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표현하는 제조지능화는 '스마트팩토리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조직은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IT시스템을 설계·구축하거나 생산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임무를 맡는다. 해당 조직에 DX 이름이 붙은 만큼, 디지털 전환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번 개편에 대해 "R&D 조직 효율화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관련 업계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R&D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캐즘과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보조금 문제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택한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R&D 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R&D 비용을 대폭 늘렸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비용의 비율은 4.2%였다. 2023년 3.1%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준인 데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 이후 최대 규모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은 2020년 1.8%로 시작해 2021년 3.7%, 2022년 3.4%, 2023년 3.1%였다.

R&D 투자 확대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후문이다. 캐즘으로 지난해 말 비상까지 선포할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25조6196억원)과 영업이익(5745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24.1%, 73.4% 감소한 바 있다. 특히 4분기는 영업손실까지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캐즘 이후 시장 선점을 위해 R&D 투자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 김동명 대표 의지다.

김동명 대표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의 시기를 제품 및 품질 경쟁력 강화, 구조적 원가 경쟁력 확보, 미래 기술 준비 등 근본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고, 설비투자(CAPEX) 투자 및 사업, 고객, 제품 포트폴리오 등의 면에서도 운영 효율화에 힘써 질적 성장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투자 효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에만 7845건의 신규 특허를 등록했다. 현재까지 LG에너지솔루션이 등록한 특허는 총 3만8498건(국내 1만243건, 해외 2만8255건)이다.

배터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투자를 안 하면 기업의 미래 자체가 없다"며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R&D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9일까지 R&D와 생산기술 등 45개 직무에 걸쳐 신입사원도 모집했다.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예년과 같은 세 자릿수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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