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경북 칠곡에 있는 자동차부품기업인 화신정공. 1만㎡ (3000평) 규모의 공장동 내부로 들어서자 사람 키 보다 큰 6축 다관절 로봇 27대가 쉴 새 없이 무거운 자동차 부품을 들어 올렸다. 로봇 바로 옆에서는 청년 근로자들이 로봇들이 옮겨 온 제품의 최종 품질 검사를 하고 있었다. 고령자와 외국인 근로자들로 북적한 다른 전통 제조업 공장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생산 현장에서 만난 김영범 반장은 입사 이후 11년 근속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다른 제조업 공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로봇 프로그램을 경험해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경쟁력을 강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도입 예정인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스마트공장으로의 변화도 기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1981년 설립된 화신정공은 자동차 트랜스미션, 엑슬 등 자동차 파워트레인 핵심부품을 생산해 온 정밀가공 전문기업이다. 현대기아차,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등이 주요 고객사다. 로봇 도입을 비롯해 스마트공장 시스템 구축에 나선 시점은 2016년이다. 고객사의 주문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효율성과 인력난을 선제 해결해야 한다고 경영진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무거운 금속 부품을 사람이 수작업으로 다룰 때 발생하던 불량품이 줄고 생산성이 증대됐다. 이에 처음 2대 도입했던 로봇이 어느새 27대로 늘었다. 산업 재해에 대한 우려도 크게 덜어냈다. 무엇보다 노동환경이 개선되자 입사를 원하는 청년들이 늘었다. 실제 스마트공장 도입 전 3%였던 화신정공의 2030 종업원 수는 10년이 지난 현재 32%(40명)까지 증가했다. 김효근 화신정공 대표는 “로봇시스템 도입은 청년 구직자들이 화신정공을 일반적인 제조 공장이 아닌 스마트 기업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화신정공의 사례처럼 스마트공장 전환은 청년층의 중소 제조업 기피 현상에 따른 일자리미스매치 현상에 대한 해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체계화된 시스템과 쾌적한 근로환경으로 대변되는 스마트공장은 과거 소음과 먼지, 산업재해 등 ‘3D 업종’이라는 제조업의 인식 변화를 이끌고 있어서다.
실제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구축을 완료한 기업 2만 44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산성과 매출액이 각각 33.6%, 12.7%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재해 부분도 12.8% 감소해 안전한 근무 환경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업체들이 청년 인력 이탈 등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한 생산성 약화 문제를 스마트공장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IT) 기술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청년층은 자동화와 로봇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얻고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어 만족감이 높다는 평가다.
경남 창원에서 자동차 모터를 생산하는 삼현은 2019년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치열한 대기업 납품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생산라인부터 품질관리, 물류까지 전 라인을 디지털화하고 데이터화해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유였다. 삼현 역시 스마트공장 구축 후 청년 근로자가 80명까지 늘어났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공장을 통해 생산성 증가, 품질 향상으로 작업자의 불필요한 작업을 최소화하고 청년들은 고부가가치의 일에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북 경주에서 자동차 엔진 부품 품질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텔스타도 2020년 청년들이 관심있어 하는 AI를 활용하는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후 청년이 일하고 싶은 공장으로 탈바꿈 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 전환 효과가 가시화했음에도 최근 들어 정부의 관련 지원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 예산은 2021년 4376억 원에서 올해 2361억 원으로 반토막 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영세한 중소 제조기업이 스마트공장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위해선 요즘에는 인공지능(AI) 시스템까지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시스템 도입 후 사후관리까지 신경써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