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테크놀로지스(이하 ‘델’)가 26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호텔에서 ‘2025 커머셜 클라이언트 신제품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AI) 기반 클라이언트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델은 향후 AI PC 전략을 소개했으며, XPS·인스피론 등 자사 브랜드 이름을 소비자가 알기 쉽게 통합했다고 밝혔다.
김경진 델 총괄사장은 환영사에서 “PC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클라이언트 디바이스에 AI가 포함되고 있다”며 “AI를 탑재한 제품으로 기업과 개인의 생산성을 늘리는 게 향후 몇 년 동안 제일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총괄사장은 “우리는 개인용 제품부터 AI 팩토리까지 거의 모든 솔루션과 제품에 걸쳐 광범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며 “당사가 가진 많은 장점과 노하우, 기술력, AI 인프라 등 모든 것을 AI PC에 녹여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단순히 멋지고 가벼운 PC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데이터가 저장되는 AI PC에 수준 높은 보안 기술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세계 최고 기업들과 일하면서 쌓은 보안 기술력과 솔루션을 신제품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PC 교체 주기 도래…올해 시장에 큰 기회 온다”
오리온 델 클라이언트솔루션그룹(CSG) 상무는 세 가지 이유를 들며 올해 PC 시장에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첫 번째 이유는 온디바이스 AI의 도입이다. 오리온 상무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연결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구동이 가능해진 뒤 업무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는 다양한 AI 기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더 다양한 기기를 여러 방법으로 다뤄보고, 이는 새로운 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윈도우 10 서비스 지원 종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윈도우 10 운영체제 서비스 지원을 완전히 종료할 예정이다. 델은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최신 운영체제로 업데이트하지 않은 PC는 15억대 이상 존재하며, 그중 4억 5천만대는 최근 4년 이내 구매한 제품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제품 중 상당수는 윈도우 11 설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제품 교체 시기가 도래했다고 알렸다.
세 번째는 고성능 제품 수요의 증가다. AI PC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출시되면서 하이엔드 워크스테이션과 고해상도 모니터 수요가 늘었다.
발표에 따르면 2020년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와 원격 학습이 활성화되고 윈도우 7 서비스 종료까지 맞물리면서 PC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델은 “이때 구매한 PC의 교체 주기가 돌아왔으며 AI 구동이 가능한 제품을 찾는 기업과 소비자가 늘었다”며 PC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양한 제품 출시하고 직관적인 브랜드명 도입했다”
오리온 상무는 델 클라이언트 PC 사업부가 올해 ▲AI PC ▲브랜드 통합 ▲실리콘 혁신 세 가지 키워드에 주목해 제품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델은 이미 AI 구동에 필요한 대부분의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그중 PC의 역할이 최근 들어 중요해졌다. 하드웨어 성능이 발달하면서 대형언어모델(LLM)이나 소형언어모델(sLLM)을 PC에서 직접 구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리온 상무는 “PC에서 AI를 구동하면 비용 절감, 낮은 지연시간, 데이터 보호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델은 비즈니스 AI PC부터 AI 워크스테이션, 최근 도입된 코파일럿+(플러스) PC를 포함, 광범위하게 제품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델은 제품 형태나 특성에 따라 XPS, 인스피론, 래티튜드, 프리시전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회사는 라인업 이름을 ‘델’로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제품의 특징이 다양해 어떤 라인업으로 분류해야 할지 모호했으며, 기존 라인업 이름으로는 제품 특성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의견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델은 ▲스탠다드 제품군 ‘델’ ▲기업용 제품군 ‘델 플러스’ ▲기업용 고성능 제품군 ‘델 프로 맥스’ 등 직관적인 명칭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단, ‘울트라샤프’ 모니터와 ‘에일리언’ 게이밍 라인업처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는 유지한다.
회사는 실리콘 혁신의 일환으로 향후 인텔뿐만 아니라 퀄컴과 AMD 프로세서 탑재 제품도 출시함으로써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다양하게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새 명칭 적용한 노트북·워크스테이션·모니터 출시한다”
이날 델은 새로운 브랜드 명칭이 적용된 신제품을 선보였다.

노트북은 ▲델 프로 ▲델 프로 맥스 ▲델 프로 러기드 제품군으로 나뉜다. 델 프로 노트북은 고성능 칩을 탑재해 코파일럿 같은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기기 내에서 구동한다. 델 프로 맥스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탑재해 보다 높은 AI 성능을 제공한다. 델 프로 러기드는 다양한 AI 기능을 극한 환경에서 사용해야 할 때 유용하다.
신제품을 소개한 정재욱 델 필드프로덕트 마케팅 부장은 “‘델 프로’ 이상 노트북 제품군에 모듈형 USB-C 단자와 분리형 입출력(I/O) 보드 구조를 적용했다”고 언급했다. 사용 빈도가 아 자주 고장 나는 부품을 메인보드와 분리함으로써 수리 난이도를 낮추고 교체 비용을 절감한다.

델이 향후 출시할 데스크탑 제품군은 성능과 형태에 따라 ▲델 프로 ▲델 프로 AIO(일체형 PC) ▲델 프로 맥스 워크스테이션(기업 AI용)으로 나뉜다. 모니터는 ▲델 프로 ▲델 프로 플러스 ▲델 울트라샤프 등 세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신형 울트라샤프 모니터는 썬더볼트4 단자를 내장해 140W PD 충전과 데이지체인 다중 디스플레이 기술을 지원한다.
정재욱 부장은 “최근 출시한 ‘DDPM(Dell Display Peripherals Manager)’으로 PC에 연결한 델 제품을 관리하기 용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DDPM은 PC에 연결된 델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웹캠, 오디오 같은 주변기기의 구성과 설정을 관리하는 통합 앱이다.
델은 제품 소개를 마친 뒤 미디어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Q. 올해 한국 CSG 영업 목표는
오리온 상무: 최근 2~3년에 비해 올해는 분명히 시장이 커지고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 일차적으로 프리미엄 AI PC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
Q. 타사에서도 AI PC를 출시하고 있는데, 델과 타사의 차이점은
정재욱 부장: CPU 측면에서는 타사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델 제품이 차별화된 요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제품을 만들 때 친환경 소재 사용 비율을 꾸준히 높여왔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AI 솔루션 ‘델 옵티마이저’ 업데이트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리온 상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AI 인프라에 대한 소비자의 고민을 델이 소유한 솔루션으로 해결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또한 신제품 울트라샤프 모니터처럼 타사 대비 명암비와 색재현율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면 AI 앱과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때 좋은 품질을 체감할 수 있다.
Q. 자체 AI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지원하는지
이승현 부장: 현재는 델 옵티마이저라는 AI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 NPU 연동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솔루션이 업데이트될 것으로 기대한다.
Q. XPS·인스피론처럼 전통있는 브랜드를 갑자기 바꾸는 데 내부에서 반대 의견은 없었는지
오리온 상무: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브랜드 하나하나 고객에게 정확하게 인지시키지 못한다면 더 직관적이고 명확한 명칭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울트라샤프(모니터), 에일리언(게이밍) 등 고객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는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Q. 현재 국내 소비 규모가 많이 위축된 상태다. 세계 동향과 별개로 국내에서도 PC 교체 수요가 늘었다고 보는지
오리온 상무: IT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델은 앞서 AI 시대에 대비하는 일환으로 GPU 서버 등 인프라 구축 방면에 투자해 왔다. 다음 단계는 소비자가 AI 제품을 구매하는 순서인데, 이 시기가 윈도우 운영체제 교체 시기와 맞물렸다는 게 기회라고 판단했다. 한국 인터넷데이터센터(IDC)도 올해 국내 시장이 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 상황에 무관하게 시장 수요는 분명히 있다.
Q. 미국 관세 정책에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지
이상민 상무: 관세 정책이 사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행정명령과 발표를 검토하고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아직 제품 가격이나 고객 지원 정책에는 변동된 바 없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