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안연이 ‘사욕을 극복하여 예(禮)를 회복하는’(극기복례) 방법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하지도 말라”고 했다. 이게 곧 ‘하지 말라’는 뜻을 가진 ‘말 물(勿)’자 4개가 든 문장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언(非禮勿言), 비례물동(非禮勿動)”이다. 흔히 ‘사물(四勿)’ 혹은 ‘사물잠(四勿箴)’, ‘사잠(四箴)’이라고 칭한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하지도 말라니! 요즈음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어휴~ 답답해서 어떻게 사냐?’는 생각을 먼저 할 것이다. 예를 ‘규제’로 여기기 때문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는 본래 자연에 순응하며 가장 편하게 살기 위한 질서일 뿐 규제가 아니었다. 봄에 새싹을 보호하는 마음으로 유·소년을 보호하고, 가을의 낙엽에서 느끼는 측은함으로 노인을 돌보는 것 등이 바로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예인 것이다. 그런데, 자연의 질서를 무시하고 파괴하면서부터 예는 무너지고, ‘사물잠’은 모두 규제가 되고 말았다. 내가 내 멋대로 살면 남도 제멋대로 산다.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각자 사물잠을 지키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한 개인의 삶과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는 길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