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상징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 보도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이 안보협의회의를 개최한 지난달 30일이었다.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들고나온 팻말 중 하나였다.
상징은 힘이 세다. 그림자조차도 그 의미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8년 영국의 반핵운동 시위에 처음 등장했던 상징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던 디자이너 제럴드 홀텀이 고안했다. 전쟁으로 절망에 빠진 사람의 팔이 밑으로 처지는 것을 시각화했다고 디자이너는 말했다. Nuclear(핵)의 첫 알파벳 N과 Disarmament(군축)의 D가 합쳐진 상징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문화적 성향의 히피들이 사랑한 마크였고,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히피는 사라졌다. 평화의 상징을 만든 디자이너도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상징은 계속 살아남아 거리로 나온다. 좋은 뜻을 담고 있는 상징이지만, 이것의 쓸모가 필요 없는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라보는 일은 허무맹랑한 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