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모펀드(PEF)업계가 도입 20년을 맞아 주요 파트너 운용역의 세대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글로벌 PEF와 같은 상장모델은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1호 상장 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일부 지분을 매각한 MBK파트너스나, 운용사 자체 투자를 위해 부채를 진 IMM인베스트먼트도 운용사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상장이 필요하다. 특히 PEF에 투자금을 출자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위한 세대교세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스틱인베, 자사주 소각 요구에 ‘시끌’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스틱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개인주주연합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스틱인베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까지 요구한 자사주 소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액주주플랫폼을 통해 분산된 개인투자자의 의결권을 3%까지 위임받아 임시주주총회 소집 등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상법에 따라 3% 이상 의결권을 보유한 주주는 법원이 허가하면 회사가 거부해도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그러나 스틱인베는 13.5%의 자사주를 소각하라는 소액주주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용환 회장과 특수관계자의 지분은 19%에 불과한 반면, 또 다른 견제세력인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미리 측 보유 지분율이 19.03%이기 때문이다. 얼라인은 3월 스틱인베 정기주총에서 채진호 사모투자(PE)부문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에 반대했다. 스틱 인베는 행동주의 펀드보다도 더 단기 투자자인 소액주주의 요구까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기업 규제 벗어나려던 상장이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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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인베가 상장사가 된 배경은 1996년 벤처기업에 투자하던 창업투자회사 시절로 거슬러 간다. 당시 도용환 회장과 파트너들은 안정적인 출자금을 확보하고 스틱 초기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상장사인 DPC를 인수했다. 이후 주식교환을 거쳐 DPC는 스틱인베의 모회사가 됐고, 스틱이 벤처투자에서 대형 기업에 투자하는 PEF로 영역을 넓히면서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스틱은 PEF로서 일시적으로 경영권을 보유할 뿐 실제로는 대기업 집단이 아니었다. 스틱인베는 효율적인 투자를 위한 PEF 전업집단이 되기 위해 DPC와 흡수합병한 뒤 제조부문을 매각했고, 그 과정에서 스틱인베는 상장사가 됐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원치 않게 한 일이었지만 스틱 인베의 상장은 사모투자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PEF 운용사는 창업 초기 운용역이 공동 출자해 세우는데 이들이 물러나기 위해서는 지분을 현금화해야 하고 상장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PEF는 기관투자자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기 위해 투자 펀드의 5% 안팎을 출자하는 데 이를 위한 자금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상장은 요긴한 수단이었다.
글로벌 PEF, 상장 통해 성장…장기 투자 위해 필요
MBK파트너스는 2023년 다이얼캐피탈에 지분 13%를 1조 3000억 원에 팔았고, IMM인베도 회사채를 발행해 운용사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투자자는 중장기 적으로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할 것이고 IMM인베 역시 상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칼라일그룹은 모두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이들 운용사의 주요 파트너들은 연봉 이외에 스톡옵션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상장 PEF는 사모투자 외에 부동산, 헤지펀드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종합 운용사로 컸다”면서 “PEF와 부동산 펀드, 일반 운용사간 구분이 적어서 가능했고 막대한 수익을 벌어다 주기 때문에 외부에서도 공격을 받는 일이 드물다”고 설명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PEF 운용역의 세대 교체 방안에 대해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1세대 스타 운용역이 안정적으로 다음 세대 운용역에 넘겨야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