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띠 해인 올해는 붉은 말, 적토마의 해라 불린다. 음반장에서 말(馬)이 등장하거나 말발굽 소리가 들리거나 말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들을 꺼내 들어본다.
슈베르트가 18세 때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 ‘마왕’은 아픈 아이를 안고 말 타고 달리는 아버지를 그린다. 피아노의 끊임없는 셋잇단음은 말발굽 소리를 탁월하게 묘사한다. 분주한 리듬이 멈출 때, 아이는 숨을 거둔다.
바그너 ‘발퀴레’ 중 ‘말달리는 발퀴레’는 “호요토호(Hojotoho)” 포효하며 하늘을 나는 말을 탄 발키리들을 격렬하고 웅장하게 그렸다.
스위스 독립 영웅을 다룬 로시니 오페라 ‘빌헬름 텔’ 서곡에서 마지막 부분의 갤럽(galop)은 말들이 질주하듯 빠르고 활기차다. 말의 움직임, 소리, 또는 상징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프란츠 폰 주페의 ‘경기병 서곡’은 예전 프로야구 경기 개시 음악으로 귀에 익었던 선율이다. 헝가리에서 유래한 경기병인 후사르의 도착을 묘사했다. 중반 이후 경쾌한 갤럽 리듬이 그리는 발맞춰 뛰는 말들의 동작은 일사불란하다.
프란츠 리스트의 ‘마제파’는 우크라이나의 국민적 영웅 이반 마제파를 그렸다. 관현악곡으로는 교향시, 피아노 독주로는 초절기교 연습곡 중 한 곡이다. 도입부의 연속되는 셋잇단음은 말에 묶여 황야로 내동댕이쳐진 마제파의 모습을 그렸다.
예전에 피아노 학원 앞을 지날 때면 ‘크시코스의 우편마차’ 연주가 들려오곤 했다. 독일 출신 헤르만 네케의 1895년 작품이다. ‘크시코스’는 ‘마부’를 뜻하는 헝가리어 ‘치코시(Csikós)’에서 왔다. 마차를 탄 듯 경쾌한 선율 속에는 헝가리 민속 선율인 집시 음악이 녹아있다.
프로코피예프 ‘키제 중위’ 중 ‘트로이카’ 악장은 삼두마차 혹은 세 마리 말이 끄는 썰매를 의미한다. 밝은 분위기로 러시아의 겨울 풍경과 활기찬 마차 행렬을 연상시킨다.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의 3악장 스케르초는 사냥 장면을 그렸다. 귀 기울이면 숲 속의 말발굽 소리가 들릴 듯하다.
시벨리우스 교향시 ‘밤의 기행과 일출’은 밤을 지나 해가 뜨는 시간까지 말을 탄 여행을 그린다.
애런 코플런드의 ‘붉은 조랑말 모음곡’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존 스타인벡의 동명 장편소설을 음악으로 만들었다. 소년 조디와 그의 조랑말을 통해 소년의 성장과 어찌할 수 없는 대자연의 섭리를 그렸다. 같은 미국 작곡가인 찰스 아이브스의 ‘메인스트리트에서 달아난 말’은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실험적이고 미국적인 음악 스타일을 보여준다. 독특한 화성과 리듬으로 달아나는 말의 혼란스럽고 활기찬 모습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음악을 들으며, 질주하는 말의 자유로움 속에 고삐를 쥐는 절제도 함께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