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평범한 일상을 위한 기도

2024-10-24

연례행사로 꼭 참가하는 통일 열망 DMZ 걷기 일정이 코 앞이다. 10월 21일부터 31일까지 올해도 잊지 않고 휴전선 절반을 걷는다. 첫해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철원까지 걸었고, 그다음 해에는 철원에서 강화도까지, 작년에는 강화도에서 철원까지 걸었다, 이번에는 철원에서 다시 강원도 고성까지 걷는다. 첫해에는 발이 부르트고 물집이 생겨 많은 고생을 했지만, 점점 굳은살이 생겨 마음에 부담이 없다.

4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퇴직 교사 25여 명이 ‘철책선을 평화통일의 둘레길로’라는 주제로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가열 차게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평화통일의 깃발 아래 의기양양했던 지난날들에 비해 이번에는 뭔가 다른 기운을 느낀다.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희망은 사라진 채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 싸한 불안감은 나만의 것이 아니기에 불안해도 가야 한다. 그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몸소 체험해 봐야만 한다.

10일의 여정에도 가족의 걱정과 만류에 부딪혀야 하는데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들,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 군속 가족들의 불안이 얼마나 클지 우리가 감히 상상이나 하겠는가? 진정, 이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을 직시하고 해법을 제시해야겠지만 사회과학은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각자 자기만의 고집에 빠지기 쉬워 답을 찾기 어렵고, 토론으로 생각 차이를 줄여나가야 하겠지만 그런 논의는 차후로 미루고 내가 생각하는 방법을 먼저 제시해 보고 싶다.

전쟁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은 전쟁에는 자비가 없다는 것, 너 죽고 나 살자, 살아남은 자가 승리자라는 사실. 죽은 자는 아무리 억울해도 그냥 개죽음당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

현재 남북한의 무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K-방산을 들어봤을 것이다. 현무, 천궁, KF-21 등 무시무시한 미사일이나 전투기, 잠수함 등 품질과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 가공할 살상력을 의미하며 이는 곧 사람을 잘 죽인다는 뜻이다. 북은 또 어떤가? 자타가 공인한 것처럼 약 50기 이상의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를 보유했다. 그 외에도 방사정포, 전략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등 대한민국보다 절대 약하다고 볼 수 없다. 이런 가공할만한 무기를 가진 남북이 전쟁을 한다? 이건 다 같이 죽자는 것이지 누굴 죽이자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 또 있을까? 울산은 휴전선보다 멀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북의 미사일은 울산을 넘어 미국까지 가는 수준이다. 한반도는 전쟁의 불구덩이가 되고 재앙의 끝은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파멸이다.

교직 시절에 아이들의 싸움에 교사로서 끼어들 때가 많이 있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얼마나 딱 맞는 표현인지 우리는 잘 안다. 애들 싸움이나 어른 싸움이나 똑같다. 한쪽이 상대방에게 대응하지 않으면 된다, 사소한 것에 자존심을 걸고, 자기 체면에 빠지는 순간 싸움은 커지게 되고 목숨까지 앗아간다. 모든 싸움의 시작은 작은 불씨로 시작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손바닥을 접어야 한다. 욕을 하고 모욕을 줘도, 심지어 주먹을 날려도 대응하지 않으면 싸움으로 비화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싸우는 사람을 보면 편들기에 앞서 둘이 똑같다고들 한다.

방송, 평양 무인기 삐라 살포, 주적이니 적대국이니 등 계속 긴장의 상승이다. 둘 다 포기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게 되는 ‘치킨 게임’을 연상시킨다. 북은 최후통첩을 했다. ‘또다시 무인기가 평양에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이 일어날 것’,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해 주권이 침해당하였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미국도 겨냥했다. 윤석열 정부는 추가 대북 무인기 침투를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우리는 각자의 몸짓으로 이 저주를 풀어야 한다. 휴전선을 발이 부르트도록 걸으며 평화를 염원할 것이다. 나의 작은 염원이 한반도의 평화에 밀알이 되었으면 한다. 내 곁엔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이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기에.

서민태 사회운동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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