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프로 사령탑·에이전시 등
유망한 선수 눈도장 찍으러 발길
“올해 금배에 좋은 선수들 많아”
기량 월등할 땐 유럽 직행하기도


제58회 대통령 금배가 열리고 있는 충북 제천시는 쇼케이스 현장이 됐다. 한국 축구의 요람으로 불리는 금배에서 숨은 진주를 찾으려는 프로와 대학의 스카우트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상 첫 금배 3연패를 노리는 서울 영등포공고를 비롯해 우승 후보인 서울 보인고와 서울 상문고, 경기 평택JFC 등 명문팀들이 경기를 치를 때면 낯익은 축구계 인사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일이 빈번하다.
대회 개막일인 지난 13일 영등포공고와 서울 광진U-18의 조별리그 첫 경기가 열린 봉양건강축구캠프장을 찾은 김현태 대한축구협회 경기위원장은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우산을 쓰고도 옷이 흠뻑 젖었다. 김 위원장은 “올해도 금배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그 선수를 보기 위해 현장을 많이 찾아주셨다”고 귀띔했다.
금배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건 역시 대학 감독이다. 대학에선 입시 비리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금배와 같은 고교축구 전국대회 경기 실적과 포지션별 실기 평가, 내신 등 객관적인 자료로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사실상 감독이 아닌 대학이 선수를 뽑는 게 현실이지만, 선수를 관찰해 옥석을 가리는 과정은 여전히 중요하다.
서울 주요 대학과 명문팀 사령탑들이 올해 이미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팀의 선수 위주로 보고 있다면, 수도권 외곽과 지방 대학 감독들은 인기 선수들이 걸러진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진주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다크호스 팀 에이스의 기량과 성향 등을 면밀히 따지며 관찰 중이다.
프로팀 스카우트들 시선도 현장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기본적으로 프로팀 산하 클럽에서 육성하고 있는 선수들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지만, 금배에 참가한 팀에서도 포지션별로 필요한 선수들을 수급하고 있다.
1부리그 구단의 한 스카우트는 “프로 산하 클럽에서 성장이 늦어진 선수들이 명문고로 전학한 뒤 기량이 올라오는 사례가 있다”면서 “포지션별로 색깔이 분명한 선수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이 가장 반기는 것은 에이전시 관계자들일지도 모른다. 금배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유럽에 직행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2023년 금배 결승전에서 영등포공고에 첫 우승컵을 안긴 수비수 이예찬은 이듬해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로 갔다. 당시 포르티모넨스 관계자는 금배를 찾아 이예찬을 직접 살폈다. 이예찬은 “대통령 금배는 내 인생을 바꾼 대회”라며 “금배를 들어 올리면서 축구선수에게 꿈이라는 유럽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미드필더 배승균 역시 금배 활약을 바탕으로 올해 5월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에 입단했다. 보인고는 배승균의 계약을 계기로 페예노르트와 교류 협약도 맺었기에 제2의 배승균이 언제 또 탄생할지 모른다. K리그에서 활동하는 한 에이전트는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과 협약을 맺은 스카우트와 에이전시들이 올해 금배를 찾는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